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에 대하여
젬마, 너는 누구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니? 그리고 그 사람과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편이니?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요즘 내가 느꼈던 심정 때문일 거야. 나 요 근래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 최근에 유난히 그 누구와의 대화도 즐겁지 않다란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사실 이런 생각이 든 건 굉장히 오래전부터였어. 그래서 갭이어의 시간 동안 여행을 하며 나와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지.
그런데 있잖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어. 그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으로는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없다란 걸 알게 되었고. 우연히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어떤 클립 보고서는 힌트를 얻게 되었고 그와 연관된 콘텐츠들을 찾아보면서 알아차리기 시작했지. 다름 아닌 그 문제의 열쇠는 가치관에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다시 말하면 나 자신을 잘 몰랐던 거야.
나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단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무심코 던진 사소한 말에 상처 받지 않았겠지? 그렇게 쉽게 자존감이 꺾이지도 않았을 거고. 또 굳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혼란스러울 일도, 집에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일도 아마 없었을 거야. 그래도 지나 온 날들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마다 이끌어준 무엇인가가 있었어. 왜 그때마다 나는 그 선택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나를 들여다보기로 했어.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그리고 어떤 삶을 원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하니 정말 많은 단어들이 떠오르더라. 배움, 인정, 나눔, 연결, 용기, 존중, 배려, 꿈, 사랑, 영감, 경험, 만족, 공감, 변화, 기도, 미래, 현재, 집, 감상 그리고 여행 등... 이 중에 내 삶에 가까이 있는 단어는 무엇일지 생각해보기로 했지. 그 전보다 책도 넓게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도 던져보고 여행도 다니며 한동안 그렇게 해나가 해나 찾기를 한 것 같아! 내가 가진 가치관을 알면 내가 나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고 그러면 삶을 살아가는데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겠어?
마침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말할 수 있는 답을 내렸어. 말하자면, 첫 번째 탐구로 인한 성숙, 두 번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교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야. 젬마, 나는 이를 바탕으로 이제껏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너무 거창해 보여서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내가 발견한 나의 가치관에 대해 하나씩 편지로 전하도록 할게. 어쩌면 따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네게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또 공유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
지금은 남해에 와 있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남해에 여행을 와 이 곳에서 지내는 친구들의 집에서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을 읽으며 이들이 사는 시간의 속도로 지내고 있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를 이해하기 위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줄 수 있는 것 같아. 여기에 오길 참 잘한 거 있지.
젬마, 올해 여름은 유난히 고단했던 것 같아. 궂은 날씨로 참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지. 이 여름도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바라며, 네게 남해의 풍경을 전해 본다. 또 편지할게.
팔월의 끝자락에서 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