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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Oct 21. 2024

『왜 엄마와 산띠아고를 갔을까』를 마칩니다.

지난 두 달간, 집과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글만 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글쓰기임에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오늘을 살 수가 없어서 과거의 일을 헤집으며 쓰기에만 열중했어요. 한창 쓸 때는 몰랐는데 며칠 전에 마지막 회차를 마무리하며 돌아본 지난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던 날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토록 글을 쓰고 싶었나 봅니다.


두 달간 브런치스토리에서 연재한 브런치북 『왜 엄마와 산띠아고를 갔을까』는 지난여름에 엄마와 다녀온 산띠아고 순례길의 여정을 다룹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순례길의 낭만에 가려진 모녀의 불편한 서사를 담고 있어요. 즉, 마냥 산띠아고가 아닌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여행기가 펼쳐지는 셈인 거죠.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24시간 내내 서로 붙어지내며 저라는 딸이 엄마 앞에서 내면의 갈등을 직면하는 과정을,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썼습니다.


글을 쓰며 든 생각은 평생의 숙제를 온전히 들여다보는 두 달을 보냈다는 거예요. 태어나 처음으로 애정을 기반해 관계 맺은 엄마라는 존재와 얽혀있는 여러 숙제를 말이에요. (딸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죠?)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며 스스로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평소에 과거를 다루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치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나, 현재를 살기 위해 그 시간으로 돌아가 돌봐줘야 하는 과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요.


운이 좋아 플랫폼 내에서 관심을 받게 되어 브런치스토리 메인페이지에 『왜 엄마와 산띠아고를 갔을까』가 소개되는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었어요. 기쁜 마음에 스스로 격려도 많이 해주려고 합니다. 읽는 사람이 없는 글을 쓴다는 것에 슬퍼하기보다 끊임없이 쓰자는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엄마와 산띠아고를 갔을까』를 쓰던 지난 두 달


사진은 집에 마련한 작업실의 모습. 이 작은 방에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계속 구상 중입니다. 의연하게 또 무언가 사부작사부작 이야기를 만들어볼게요! 그럼, 이 역시 아무도 시키지 않은 회고를 쓰고 또 마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gundocamino1

https://brunch.co.kr/brunchbook/segundocami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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