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님이 물었다.
“너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생각해?”
“아침에 일어나서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피곤하다는 생각 정도.”
“나는 출근하면서 오늘 날씨도 좋고 이렇게 출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생각 하거든. 우리 남편이 그러는데 아침에 하는 생각이 하루를 좌우하는 것 같대. 피곤하다 생각하면 하루종일 피곤하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거야.”
“아침에 한 생각이 하루를 좌지우지한다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살거든요. 그냥 얼른 출근하겠다는 목적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내가 보기엔 너는 진짜 열심히 살거든?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많이 없어!”
“저도 제가 열심히 산다는 거 스스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제 기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럴까요?”
“나도 기준치가 높은 사람인데 ‘나 오늘 잘했다, 기특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
“오늘 상담에서 선생님이 제게 해주신 말인데요. 제가 원하는 결론이 있기 때문이래요. 이 기준에 도달해야 충족하는 거죠. 결론의 시점이 너무 미래에 있어요. 그래서 성취감을 못 느끼고 피곤하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어렵다.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검열하고,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다.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그대로 실현되는 인생 같은 건 없는 걸 알면서도 바란다.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할만한 게 내겐 없는 것 같다.
그대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원하는 결론이 없는 불안감... 그래서 앙상항 가지만 남은 자작나무구나?“
그런 의도로 쓴 구절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속마음이 튀어나왔을까?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표현했을 뿐인데 나의 불안감이랑 연결될 줄이야. 운문이 산문보다 더 직관적인 것 같다. 구구절절 풀어쓰지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이 튀어나온다.
“나는 원래 남의 이야기 진짜 안 듣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너랑 이런 이야기하는 거 너무 재밌다.“
저도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금순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 있어요. ‘그대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금순님은 세상을 늘 새롭고 흥미롭게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너무 과찬 아니야?“
대학친구들 이후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회사 동료가 생겼다. 입사하고 오며 가며 인사는 했지만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는데, 인연이란 정말 무섭다. 놀랍도록 내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형태로 다가온다. 성장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생겨 무척이나 기쁜 요즘이다.
나는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풀어봐야겠다.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