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지?"
‘이걸 왜 나에게 말하는 걸까? 그냥 스스로 해결하면 되는 건데 투정 부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늘 품는 의문이자 입 밖으로 자주 내뱉는 말 중에 하나다. 선생님은 내가 상대를 평가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평가라니! 내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 중에 하나였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늘 비인간적이라 생각하여 경계하고 있다 믿고 있는 나였는데. 내 신념과 실재가 이렇게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자의식 과잉 상태의 나르시시스트인 걸까?
“제일 무서운 사람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에요.”
내가 나르시시스트인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선생님의 말을 듣고 뜨끔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말해요. 이런 사람은 본인 스스로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실 같은 곳도 오지 않죠.“
상담실에 앉아 스스로를 탐구하고 있는 나는 적어도 나르시시스트는 아니겠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찰나의 시간 동안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다니. '자기애'라는 단어도 굉장히 경계하고 있었던 걸까?
굳어버린 나의 생각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몰라 선생님께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평가하지 않을까요?”
“반드시 ~해야 한다는 must에서 want로 개념을 바꿔보는 거죠. 그리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부딪치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지.’
‘지나간 자리는 당연히 정리를 해야지.‘
당연히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많았다. 타인에게 민폐 끼치기 싫다는 마음에 당위성이 부여되면서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래?’ 하는 마음이 튀어나온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자 했던 마음이, 민폐 끼치기 싫어 시작했던 다짐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르고.
상담을 하며 새로운 문제 해결의 방식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각 장단점을 적어보는 것.
직장 동료 때문에 힘들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 1. 퇴사한다
- 장점 :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 단점 : 생이 위협을 받는다.
방법 2. 다른 부서로 옮긴다
- 장점 : 부딪힐 일이 줄어든다.
- 단점 : 가능성이 희박하다.
방법 3. 마음을 비우고 모두 받아들인다.
- 장점 : 현 상태 유지
- 단점 : 내가 괴롭다.
이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기 위해서라는 선생님의 말씀.
관계는 내가 잘하려 노력한다고 해서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요즘 너무 지쳐요. 인생이 이렇게 고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요.”
“불교식으로 해석해 볼까요?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고 행복은 고통의 그림자일 뿐이에요. 행복하고자 하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힘들 거예요. 몇 년 더 산 인생선배로 말해주자면 인생은 늘 괴롭답니다.“
“저는 왜 이렇게 발버둥 치며 사는지 모르겠어요. 애쓰며 사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아요.“
“왜 그러는 걸까요?”
“사실 이유를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밖으로 내뱉고 나면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말하지 못한 것 같아요.“
“뭘까요?”
“자존심이 상해서요.“
선생님께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백조처럼 겉으로 우아해 보이고 싶었다. 발버둥 치는 모습은 물아래 감추고 싶었다.
“왜 가진 것이 아니라 제게 없는 것을 이상향으로 두는 걸까요?”
“빙산의 일각 같은 복잡한 것이에요. 우리가 매번 만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본질은 하나예요. 같은 주제예요.“
“그 하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려운 주제이기도, 뚜렷하게 시각화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이 말을 내뱉음으로 인해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