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깨달음
오늘도 출근길 금주 다이어리를 읽는다. 에피소드가 내 이야기 같다. 어쩜 지구 반대편에서도 똑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니..!
금주 다이어리 저자인 클레어 풀리는 영국에 산다. 영국에서는 주로 와인을 마시기에 와인마녀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한테 술의 유혹을 애칭하는 닉네임은 무엇이 좋을까?
사실 주종을 가리지 않기에.. 딱히 떠오르는 마녀가 없다. 소주, 맥주, 쏘맥, 막걸리, 사케, 와인 모든 알코올을 그냥 때려넣는다. 정말 때려 넣는다. 알코올마녀? ㅎ
오늘은 알코올마녀가 잠잠~하다. 술시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집에 도착하면 8시30분쯤 되고, 아이의 하루를 듣고나면 금세 9시가 될 것이다.
그때쯔음.. 배가 고파서 뒤적뒤적 무언가 찾겠지? 오늘은 포트트잇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기분 좋게 퇴근했다. 주말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개운한 마음이 들때면 알코올마녀가 힘을 못쓰는것 같다(당분간 알코올 마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더 찰떡 같은 닉네임을 찾아야지)
가벼운 발걸음의 퇴근길을 인근 노브랜드버거집으로 향한다. 간단한 샐러드랑 단탄지 비율의 식물성 버거를 고른다. 패티가 풍미는 별루고, 엄청 짰다..
역시 식물성은 동물성을 이기지 못하는거 같다. ㅎ 그래도 허기는 알코올마녀를 자극하는 주범이니 허기를 먼저 달래기로한다.
금주 다이어리에서 또 다시 알코올마녀의 유혹이 빠지지 않으려면 다른것에 시선을 돌리는건 당분간의 대책은 마련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시 뻗어올거라고 했다. 끄덕끄덕 공감된다.
좋은일이 생겼을 때, 행복할 때 - 회사에서 무언가의 성과를 내고 인정 받은 날 들뜬 마음에 기분 좋은 술 한잔이 떠오른다. 알코올마녀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래 ~ 오늘 하루 고생했잖아~ 한잔해!! 이럴때 한잔은 괜찮아. 스트레스가 아니잖아? 오늘 또 마시면 무너질텐데? 아니야. 오늘 하루만 즐겨~ 말그대로 악마와 천사가 싸운다.
스트레스와 마주한 날, 무기력함을 느낀 날 - 지금의 그 순간을 모면하기 딱 좋은 핑계다. 한잔 마시고 자버리자!!!! 다음날까지 그 감정은 연결이 된다. 9~10시쯤 밍기적 일어나 아점을 챙겨먹고나면 곧 11시 12시 하루 반나절이 날라가버린다. 아이랑 놀다보면.. 3~4시. 슬슬 출출할때가 온다. 그 출출함을 아무 음식이나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다. 곧 알코올이 들어오라는 신호다. 신호임을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받아드린다.
오늘 이 날씨에 어울리는 안주는? 어제 고기를 먹었다면 오늘은 해산물? 회? 아님 매콤~한 불족발? 보통 신랑이랑 함께 즐기니깐 안주 고르는 궁합도 찰떡이다. 마침 느끼했는데! 마침 느끼해지고 싶었는데 하면서!! 인생 뭐있샤? 라고 외치며 서로 얼굴을 보며 활짝 웃는다.
그렇게. 우리 두 부부는 맛있는 안주를 차려놓고, 공복주를 먼저 한잔 때려 넣는다. 비어있는 위장이 활짝 웃는다. 들어왔구나 ~~
나름 살찔까봐 안주빨 안세우고 술로 승부를 보려고 노력한다. 우리 부부는 주종에 따라 양이 거의 정해져있다. 막걸리는 3병, 쏘맥은 소주 한병에 맥주 3~4병, 와이는 보통 나만 즐기니깐. 우린 이게 딱 적당해!라며 과하지 않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어이없는 웃긴 에피소드 하나 말하자면 베체트병을 진단받고 술은 안마시는게 좋다. 정 피하지 못할 경우(?) 사실 그런 경우가 있을까? 술 안먹으면 죽인다는 협박 말고는 없을꺼 같긴한데.. 증류주를 추천한다고 한다. 증류주 종류가 뭐가 있을까요? 소주?? 라고 난 의사한테 물으면서 소주는 안좋다고 들었는데? 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이 어이없고 웃겼다. 의사는 화요, 위스키 같은 독주가 증류주라고 답을 줬다. 아! 그렇담 하이볼을 마시면 되겠군 속으로 생각했던 지난날..
(증류주가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면서 술을 마셨다는건 애주가는 아니라는 정확한 증거인거 같다.)
결국 난 화요를 마셨고, 토닉워터에 희석해서 마시니 맛도 좋고, 좋은 술이라 그런지 다음날 숙취도 없다.
우리 신랑은 베체트병을 앓고 있는 나를 위해 주문한 증류주가 지금 냉장고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어쩐담. 현재까지는 맛이 궁금하지도 아쉽지도 않다.
곧 증류주마녀가 말을 걸어오겠지만.. 잘 거절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지!
내년에 대학원 진학에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이 또한 금주하는 동안 세운 희망찬 계획이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걱정이 된다. 우선, 학비가 엄청난데 난 이 돈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할 수 있는가? 바쁘다는 이유로 또 대충 ~ 그 시간을 보낼까 걱정된다.
두번째로 지금 직장에서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나의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응원? 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대학원 때문에 회사에 소홀했다간 아마 날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세번째로 아이가 아직 혼자 있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에.. 주말 육아를 남편이 오롯이 맡아줘야한다. 남편도 사람인지라.. 현재도 충분히 육아에 많은 부분을 맡아주고 있기에 처음에는 협조적이겠지만 말없는 불편함을 모르는 척 감수할 수 있는 자신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업계획서,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많다. 자기소개서 지옥에서 탈출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또 내 소개를 해야한다니.. 정말 끔찍하다.
이번주말에 학업계획서를 마무리 해야한다. 나머지 준비서류는 행정적인 서류니깐. 귀차니즘이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젤 중요한건 지원한다고 붙는다는 확답도 없다. 시작도 전에 쓸대없는 걱정으로 합리화 하지 말 것!
오늘의 목표는 아이를 재우고, 자기소개서를 써보자.
아. 오늘 부제목이 또다른 깨달음인데, 동료들의 관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엔 나의 바람이자 나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에 불편한거다.
둘중 하나는 버려야한다.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을려면 같이 야근좀비가 되어서 어떻게든 그들 눈에 들기 위해 애써보던가.
그렇게 하지 못할것 같으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버려두고 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
답은 정해진 것 같다. 오해가 쌓이면 쌓이라고 둬야한다. 내 생각과 내 의도는 그것은 아니였으니깐.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민폐가 되진 않기. 일하다보면 오는 사소로운 오해들까지 풀어가면서 일하기엔 매듭이 꽉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무리 풀려고해도 꿈쩍하지 않은 매듭은 힘만 빠진다. 아니 더 꼬일수도 있다.
나의 영향력을 만들어가면서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이유, 기여하고 싶은 부분 충실하게 해내자.
독수리가 까마귀가 붙었다가 날기를 포기하지 않고 까마귀가 더 쪼아대지 못하는 상공으로 올라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