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을 가진 내가 임신부라고?

신의 선물처럼 소중한 아이가 찾아왔다.

나는 뇌종양, 루푸스를 투병 중인 희귀 질환자이다.

2017년 현재의 남편을 만난 뒤 뇌종양을 확진받았고,

2023년 출산 5개월 차에 루푸스 확진이 되었다.

결혼 3년 동안 6번의 자연 유산 후 기적과 같은 자연 임신으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천사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내용은 다소 어두울 수도,

슬플 수도 있지만 나와 아이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다.


결혼 후, 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라고 생각해서

유기묘센터를 통해 고양이 2마리, 집 근처 어미 잃은 고양이 1마리를 만나 우리의 아이라고 생각하며 키우고 있었다.

양가 어른들은 고양이보다는 아이를 낳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아이를 갖지도, 낳지도 않겠다고 양가에 설명을 했었다.


어찌 보면 슬픔을 감추려는 방어였던 것 같다.

때는 임신부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한없이

움츠러들고, 기죽어서 다녔기 때문이다.

다들 너의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탓이라고 자책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다독여주고, 사랑해 주는 남편 덕에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겨난 그 시기였을까 한 동안 건강이 나빠져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가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는 영어 학원에 면접을 보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첫 출근 전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빅맥이

먹고 싶어서 시화 이마트점으로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신나는 마음으로 푸드코트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 순간… 갑자기 우욱하면서 슬픔과 함께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분 나쁜 느낌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내 코에 온갖 음식을 갖다 놓은 것처럼 모든 음식냄새가 나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혹시 체를 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게 물어보았지만 나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또 다른 슬픔이 오려고 하는 걸까? 이제 그만 겪고 싶은데.. 이번에도 좋지 않은 결과이면….’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진동하는 햄버거 냄새 때문에 토할 것처럼 속과 머리가 아팠지만 남편에게는 그냥 속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먹지 못 할 것 같다고만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 드디어 기다리던 첫 출근 날이자, 생리를 시작해야만 하는 날이 왔다. 이 날은 우리에게 처음 선물처럼 와준 아이를 보낸 날이기도 해서 더 긴장이 되었던 것 같다.

혹시나 선물이 다시 와줬을까 봐 하는 기대감에 말이다.


출근 전 슬픔을 이겨낼 힘이 있으면 한 번 해보자 해라는 생각에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임신테스트기 한 개를 꺼내서

비장한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정확히 30분 같은 30초가 지난 뒤 연하면서도 진한 두 줄을 띄었다. 두 줄을 확인 한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이

줄줄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생각난 한 사람.

그 사람은 남편도, 친정 엄마도 아닌 나의 정신적 언니 이자 나의 친구 유정(가명)이었다.

나는 울면서 유정이에게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왔어. 오늘이 꽃봄이를 보낸 날이야. 꽃봄이가 다시 와준 걸까 근데 너무 무서워 또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워 근데 또 너무 행복해. ’라고 반복되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유정이는 면접 대기 중에 전화를 받자마자 울면서 얘기하는 내 목소리에 너무 놀랬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도 나의 상황에 맞춰서 같이 울어주고, 걱정해 주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면접 전에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개졌었다고 했다. 유정이는 다행히 취직이 되어 현재 열심히 근무 중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