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처럼 소중한 아이가 찾아왔다.
다음으로 남편과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들뜬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 두 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조금 진정을 한 뒤 첫 출근부터 눈이 부어있으면 안 되지 라는 생각에 찬물로 세수도 하고, 냉수도 마시면서 불안정했던 마음을 잔잔하게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괜스레 우리 집 고양이 호박이와 감자, 토리에게 동생이 생긴 것 같다며 너희들은 어떤 동생이 태어나면 좋을 거 같은지 물어보며 설레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히 첫 수업을 하면서 긴장을 한 탓인지 잠시 동안은 머릿속에서 임신테스트기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매년 꽃봄이를 위한 꽃을 사고, 딸기가 먹고 싶다고 얘기하자 남편이 사 와주었길래 저녁으로 딸기를 먹으면서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해 주었다. 남편 또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슬픔에 또다시 힘들어할까 봐 그게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자기 전 화장실을 갔는데 피를 보고 말았다. 이때부터였을까 또다시 불안한 현실 속으로 빠져들었던 순간이.. 착상혈일 거야라고 생각했던 피는 임신 중기까지 나를 서서히 옥좨어 왔다. 이로 인해 병원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두 줄 확인 후 아침 첫 일과는 임신테스트기 진하기 확인하기로 굳혀져 버렸고, 진해지는 걸 보면서 ‘이번에는 잘 될 거야 제발 나에게 더 이상 이런 슬픔은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에도 잘 못 되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하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함께 했다.
태교는 좋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잊고 있던 태몽 3개에 대해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태몽은 2개는 내가, 1개는 남편이 꾸었다. 첫 번째 태몽은 쿠팡맨이 나에게 너무 예쁜 샛노란 엄청 큰 장미 한 다발을 나에게 안겨주었고, 두 번째 태몽은 아들 둘과 내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함께 가는 꿈이었다. 세 번째 태몽은 너무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남편에게 달려와 안겼다고 했다.
꽃 태몽은 딸이라고 하는데 다발이 크거나 양이 많으면 아들이라고 글이 많았다. 여러 꿈의 정황 및 친정 엄마 느낌에 입덧하는 게 아들(?)인 거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영어 학원에 다니는 김에 글로벌하게 자라라고, 태명을 영어로 짓게 되었다. 태명은 신의 선물이라는 뜻의 Theo (테오)이다.
테오는 아빠의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성별이 나오기 전, 피검사로 임신 유지 확인을 듣기 전 이미 아들로 확정되었다. 회사에서 간식으로 먹던 청포도 사탕 마지막 봉지를 꺼냈는데 한 봉지에 두 개의 사탕이 들어있는 걸 보니 테오는 아들이 맞는 거 같다고 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기다고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또 이별이 찾아오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을 마음 한편에 두게 되었다.
아직 임신테스트기를 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병원에 방문해서 임신 확정 검사를 하기에는 너무 빨라 방문하지 않았고, 입덧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모든 냄새가 나에게만 나는 것처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고기가 상상만으로도 역겨워지기 시작했고, 음식을 섭취하기만 하면 바로 설사로 답변이 왔다.
뇌종양으로 3개월마다 있는 정기 검진 날이 마침 임신테스트기를 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라 같은 날 병원에 내원하고자 마음먹고, 설렘과 불안함으로 밤을 지새웠다. 교수님을 뵙자마자 나의 첫인사는 ‘교수님.. 제가 확실하지는 않은데 임신한 것 같아요. 아이에게 유전되나요? 저 아이 낳을 수 있어요?’였다. 교수님은 임신테스트기 확인 날짜에 대해 물어보셨고, 현재 복용하고 있던 약부터 중단하고, 지금처럼 3개월마다 검진에 꼭 와야 하는데 혹시라도 이상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꼭 와야 하고, 임신하면서 호르몬에 의해 종양이 커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시력 저하나 임신 중단의 위험이 있으니 안정기인 12주 차에 조영제 없이 mri를 찍자고 하셨고, ‘유전은 안 되니까 걱정 마. 내가 건강하게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라는 단비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유전이 안 된다는 이 말, 건강하게 낳을 수 있다는 이 말이 가장 듣고 싶었다. 미치도록 듣고 싶었던 간절했던 말이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난 이 날 만큼은 아이만 생각하며 편하게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