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by 지안


햇살에 반짝이며 아스팔트를 적시고

순간을 채웠다.

맑은 하늘을 갑작스럽게 덧칠하던

짧고 굵은 비였다.

지나간 자리에 흙냄새가 진하게

돌 위로 올랐다.

아쉽기도 아프기도 했던 그 비 뒤로

무지개가 떴다.


짧은 기쁨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쉬움도 그렇다.

눈물을 자아낼 듯한 여우비라도

그 만의 때가 있다.

영원의 자리에서 거꾸로 바라보면

먼지같은 시간이다.

비는 비로소 나를 알게 했으며

미래와 화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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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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