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SEBEIA

by 지안


튼튼하고 높아서 안전한 곳에 있다는 착각을 했다. 그냥 그 안에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뿐, 누군가 조성하였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넘어오려는 것들은 위험해 보였고 넘어가려는 시도는 불결해 보였다. 단단히 결속된 내부는 진정히 안락을 주는 무릉도원과 같았고. 시끄러운 무지영역의 외부로부터 온전한 평안을 찾은 유토피아 같았다.

같이 갇힌 사람들을 동경하여 그들만이 구별되었다, 그리고 옳음이라 지당하게 여기었다. 심장에서 나오는 사랑을 경계 안을 향해 가득히 들이부었다.

풀을 가꾸고 꽃을 키우며 어쩌다 들어온 곤충친구들을 반가워하며 인생을 쏟았다. 풀에 맺힌 이슬을 먹고 꽃술의 꽃을 뜯어먹었다. 흙을 파고 잔디의 뿌리를 발견하는 재미를 붙였다. 엄청난 뿌리를 캐냈다.

지진과 폭풍보다도 거센 지질운동의 환경에 의해 마침내 울타리가 부수어졌을 때, 울타리 파편을 밟을 용기를 근원에서 얻었을 때, 그리고 달팽이관을 채웠던 속삭임의 표정들에 이물감을 느껴졌을 때, 비로소 자유를 탐구하였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3화여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