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S 교내 안전 비디오 콘테스트, 한국인의 창의적인 똘끼를 보여드리리.
[3줄 요약]
1. 이틀간 눈물의 똥꼬쇼 끝에 완성. (feat. 나의 조력자 채니)
2. 그래서 결과는? (끝까지 읽어보시길ㅎ)
3. 교훈: 주최측의 '목적'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머물던 NUS 기숙사 엘리베이터 게시판은 항상 재미있는 이벤트가 올라오곤 했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띄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CREATIVE VIDEO COMPETION
교내 안전 영상 비디오를 제작하여 제출한 참가자 중 1등에게는 S$800 상당의 상품권 혜택을 준다는 내용의 홍보글이었다. 한 때 비디오 편집에 미쳐서 조카 운동회 영상도 만들고, vlog 만들었던 실력이 녹슬지 않았던 터라 호기롭게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1) 행사 내용 파악
일단, 이 콘테스트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Slips, Trips, and Falls Campaign' 성격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부서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 사고에 대해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상을 제작하여 교내 안전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 라는 것.
(2) 타겟 대상 조사
이 비디오를 제작하면 결국 보게 될 대상이 현지 학생들이라는 점을 파악했으니, 조사를 해야했다.
NUS에 4년째 다니지만 이런 캠페인은 당최 처음 들어봤다는 룸메 A양, 온갖 행사란 행사는 다 알고 있는 인싸 끝판완이지만 이런 교내 부서가 있는줄도 몰랐다는 현지 친구 D군. 이 밖에도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내가 제작할 영상의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As-Is
이 캠페인에서 홍보하고자 하는 교내 안전 정책은 '인지도(Awareness)'가 낮은 상황이구나.
To-Be
안전 정책과 부서 존재에 대한 인지도부터 끌어 올려야겠다. (*Awareness를 먼저 끌어올리자)
(1) 영상 콘셉 구상
어차피 인지도부터 끌어올릴 계획이었으니, 엄청나게 탄탄한 스토리나 고퀄리티의 영상미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병맛'이 필요했던 것. 병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포맷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을 때, 결국 답은 '에피소드'였다. 고강도 쇼츠 도파민에 절여진 나의 뇌를 잠시 복기했을 때, 짧은 시간 안에 내 시선을 끌었던 건 병맛 에피소드 광고였다. 허접한걸 알면서도 그냥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브랜드명 하나가 강렬하게 꽂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의 콘셉은 '교내에서 일어날 법한 안전 사고 내용을 짧은 에피소드 형태로 재구성해서 보여주기'로 설정했다. 안전에 유의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가장 직관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2) 시나리오 구상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안전 사고는 무엇일까. 빠르게 확인해야만 했다.
- NUS 재학생 친구 5명에게 직접 물어보기 (정성적)
- 주최측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 확인해보기 (정량적)
- 내 경험 떠올려보기 (정성적, 개인적)
위의 3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30분만에 3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하나. 의자 밟고 높은 곳 올라가다가 넘어져서 떨어지는 사고
둘. 셔틀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류장까지 달리다가 넘어지는 사고
셋.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겨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
(1) 영상 촬영
영상 촬영을 위해 교환학생 친구 '채니'가 함께해줬다. 영상 촬영 1시간만 딱 해주면 마라샹궈 사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1시간 안에 모든 촬영을 끝내야했다.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해둔 덕분에, 어느 장소에서 어떤 에피소드 영상이 필요한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이동 동선의 효율까지 고려하여 야외에서 실내 순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빠르게 찍어갔다.
(2) 영상 편집
주옥같은 영상 중 어떤 것을 골라서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거듭하며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확실한 'Attention'을 끌어올리기 위해 병맛 Intro가 필요했고, 빙빙 돌려 말할 것 없이 <한국인 교환학생 1개월차가 바라본 교내 위험 요소들> 이라는 컨셉으로 인트로를 구성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마저도 사람들은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빠른 장면 전환과 적은 글자,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재치있는 밈(meme)들을 사용했다.
본격적으로 위험 요소를 설명할 에피소드 형태의 영상을 편집할 때에는, 미사여구를 모두 빼고 핵심만을 강조했다. 사실 이게 메인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 어떤 문제 상황인지
-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 그 위험이 초래할 결과는 어떠한지
이 3가지 흐름이 모두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장면을 편집하고, 강조할 내용만을 텍스트로 넣어 경각심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렇게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난 후, 진짜 전달해야 할 메세지를 배치했다. '숫자'가 가진 설득력은 만국 공통일 것이라 생각해서 사고 발생률을 '%'로 강조하여 나타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하나의 임팩트로 마무리할 수 있는 '한 끗'이 필요했다. 골똘히 머리를 굴려봐도 기막힌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병맛의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 고전 중의 고전, <삼행시>를 선택했다.
중간에 영상이 한 번 날아간 덕분에 의도치 않은 다크서클을 얻게 되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만든 영상 제출과 영상에 대한 Video Description까지 야무지게 작성해서 제출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쉽게도(?) 1등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장려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S$50 쿠폰도 받았다!
알고보니, 이 행사의 진짜 목적은, 제출된 영상을 교내 안전 영상 비디오로 '진짜' 쓰기 위함이었다. (웁스)
병맛의 끝판왕이었던 내 비디오가 1등이 아닌 것은 당연했거니와, 장려상을 받은 것 자체가 거의 기적이었다. 주최측에서 말한 영상 평가의 목적을 표면적으로만 보지 않고, 조금 더 깊이 해석해보는 시도를 했었더라면 제작된 영상을 실제로 쓰기 위함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속 편한 핑계를 스스로 대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한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콘테스트 제작을 해보며 채니와 재미있는 추억도 쌓았고, 나름의 기획력을 가지고 실제로 적용해보는 재미도 쏠쏠했으며, 결과를 통해 앞으로 개선할 부분까지 챙겼으니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사랑하는 NUS에 내 발자취 정도는 남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마무리해본다!
채니와 영상 촬영을 하며 얼마나 웃어댄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채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약속대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마라샹궈가 있는 PGP(기숙사) 구내 식당으로 달려갔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마라샹궈였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