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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Jul 04. 2023

세상 모든 이들이 달처럼 환했으면 좋겠다

달     

 창밖으로 은은하게 달빛이 비친다. 무심코 바라본 달은 어떤 날은 둥근 접시처럼 환한 달이었다가 어떤 날은 아이가 베어먹은 빵조각처럼 조각달이다. 달은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도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 점에서 친구 같은 존재다. 잠시 눈을 돌렸을 때 달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홀로서겠다고 떠난 아이들이 집을 찾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도 집이 달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달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홀로서기를 위해 타지로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달처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따뜻한 달이 되지 못했다. 남처럼 사는 일도 힘에 겨워서 하늘에 달이 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무언가 역할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뒤처지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달을 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저렇듯 따뜻한 달인데 나는 왜 저 달이 되지 못했을까.     

간호사 딸은 대학병원 삼 교대를 힘들어했다. 부족한 잠 때문에 소소한 일상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쫓기는 삶을 살았다. 3년을 채우고 과감히 일을 놓았다. 그만큼 끈기로 참아냈으니 잘했다고 퇴사 파티도 열어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 있는 딸의 모습을 상상했다. 겉으로는 달처럼 환하게 웃어주었지만, 달 뒤에 숨긴 욕심도 외면할 수 없었다.     

자식의 일에는 나도 모르게 차가운 달이 된다.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일도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내가 살아봤더니 이렇게 사는 게 좋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아이들은 그저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남의 일처럼 흘려듣는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아이들과 내 생각의 깊이만큼 멀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가까워질 수 없는 세대 간의 간 극. 그러나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니 멀어진 거리만큼 새록새록 정이 생긴다.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선택도 성인의 몫이다.     

 휴일을 맞아 딸아이가 달처럼 집을 찾아왔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따뜻한 달빛 같다.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새로운 병원을 찾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했다.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라면 문제집만 보던 딸이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기 위해 책을 펼친 것이다. 그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나도 옆에서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엄마와 딸이 하나가 되었다. 책의 내용을 공유하며 미래에 펼쳐질 꿈을 이야기했다. 지금껏 내가 품었던 딸에 대한 욕심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달은 세상을 비춘다. 어느 한 군데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빛을 뿌린다. 그런데 나는 달의 단면만 보고 넓게 퍼져가는 달의 세상을 보지 못했다. 딸의 길도 한 곳으로만 향하지 않는 데 나는 줄곧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딸은 책을 보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녹록지 않은 세상이지만 딸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현명하게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차가운 달 같은 시선으로 젊은 세대를 보는 것은 좁은 시야에 사로잡힌 기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달처럼 따뜻하게 사람을 대하면 좋겠다.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따뜻함은 미래를 개척해나가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때로는 못나 보이는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니 안 좋은 경험도 쌓이면 성공을 이루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청년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고 싶은 달빛이 좋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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