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미정 Jul 04. 2023

책갈피

하늘엔 별이 있어 아름답고, 사람에겐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

책갈피               

하늘엔 별이 있어 아름답고 

땅에는 꽃이 피어 아름답지만 

사람에겐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 

                                 - 괴테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했다. 책을 펼쳐 읽다가 우연히 책 사이에 꽂힌 책갈피를 발견했다. 책갈피에 그려진 작은 꽃보다 손글씨로 쓴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중함으로 기억되기를’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스스로 묻게 되었다. 나는 소중함으로 기억되는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고, 배려다. 책 속의 소소한 배려 덕분에 하루가 즐거웠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매주 받아쓰기 문제를 내셨다. 받아쓰기 백 점을 맞으면 서랍 속에 감춰둔 눈깔사탕을 꺼내어 입속에 넣어주시고는 “참 잘했어요.”라고 웃으셨다. 나는 달콤한 눈깔사탕보다 선생님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더 열심히 받아쓰기 문제를 외워갔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의 좋은 기억 때문에 최근 아이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선 나는 소소한 배려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즐겁고 기억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데 옛날처럼 먹을 것을 사 들고 갔더니 좋아하는 게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다.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이 또한 시대가 변한 탓이려니 여겼다. 그러고 보면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며칠 전 책을 출간한 분께 작가 사인이 든 책을 선물로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 책을 펼쳤는데 책 속에 잘 마른 네 잎 클로버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내가 놀라서 묻자 “행운을 빌어주려고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책 선물에 행운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편과 외식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남편은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돌아온 남편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추첨일이 일주일이나 남은 복권이었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혹시나 복권에 당첨되면 어떻게 나눌지를 의논했다. 기분 좋은 희망 고문이었다. 매번 꽝만 나오는 복권을 사 들고 와서 남편은 “우리는 잘 살 거야.”라고 웃는다.     

 단단한 돌이나 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깨지기 쉽다. 그러나 물은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는 법이 없다.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소한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물의 힘을 닮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강처럼 흘러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은 부드럽게 흘러서 강의 생긴 모양대로 제 몸을 바꾸어 큰 바다에 이른다. 


 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일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고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다. 인생의 참맛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사랑하고 베푸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행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도서관에서 찾은 따뜻함처럼 낯선 이에게도 나만의 아이디어로 긍정에너지를 베풀면 좋겠다.

 어린아이가 있어 층간 소음이 우려되어 죄송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낸 예라든가, 택배 기사를 위한 간식을 준비해서 문고리에 걸어둔 선량한 시민을 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그런데 나는 마음만 있고 실천을 못 한다. 베푸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까닭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고 잔뜩 움츠린 날에는 소소한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