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미정 Aug 09. 2024

5.갖신 짓는 아이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덕신이 고개를 숙이자 뒤에 있던 갖바치들도 고개를 숙였다. 

 “좋소. 이 정도 양이면 패트슨 나으리도 흡족하실 것 같군. 배달을 좀 도와주시오.”

 갖바치들이 갖신을 들고 조 현감이 원하는 곳에 배달을 마쳤다. 갖신을 받은 패트슨 이 한시름 들었다며 크게 좋아했다고 조 현감이 동희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차후 필요한 신발은 갖신으로 채우기로 하고 마을 갖바치들이 힘을 모아 필요한 물량을 대기로 했다. 갖바치 마을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이후 동희도 손끝이 여물어 만족할 만한 갖신을 만들었다. 또 갖신 외에도 가죽에 꽃무늬 염색을 한 비단을 덧댄 꽃신을 만들기도 했다. 꽃신은 젊은 아가씨들에게는 여전히 인기가 있어서 많이 팔려나갔다. 아버지 장덕신은 줄곧 남자들이 신는 갖신만 만들었는데 동희의 꽃신이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놀라는 눈치였다.

동희는 꽃신 말고도 산간지방에서 신는 설피, 백피혜 같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신발들도 만들어 팔았는데 예상외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스스로 놀랐다. 잘 만드는 이가 없는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다음 해 조 현감은 아버지의 기일에 가죽신을 주문했다. 장덕신은 정성을 다해 가죽신을 지었다. 아버지가 가죽신을 지을 동안 동희도 정성스럽게 가죽신을 지었다. 조 현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가죽을 골라 정성을 다해 조 현감의 가죽신을 지은 것이다.

 동희가 가죽신 두 켤레를 보자기에 싸서 조 현감 댁으로 향했다. 조 현감 댁 문을 이서기가 열어주었다. 조 현감 댁을 몇 번 오갔더니 이제 정이 들어서 누룽지를 나눠 먹는 사이가 되었다.

 “왔냐? 나으리께서 기다리고 계셔.”

 이서기가 고갯짓했다. 동희는 조 현감 댁을 드나드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왜냐하면 동희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 현감은 산에 갈 채비를 마치고 동희를 기다렸다. 조 현감은 일찍이 전염병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말년을 외롭게 살고 있어서 동희가 찾아와 말벗이 되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왔느냐?”

 조 현감이 환하게 웃었다.

 “가죽신을 지어 왔어요.”

 동희가 먼저 아버지가 만든 가죽신을 보여주었다. 가죽신을 신어본 조 현감이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가죽신은 여느 때보다 더 좋구나. 네 아버지 솜씨가 녹슬지 않았어.”

 그도 그럴 것이 사흘 밤낮으로 아버지가 뜯어보며 살핀 갖신이었다. 조 현감이 가죽신을 벗어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보자기에 쌌다. 

 “이것은 나으리를 위해 제가 지은 가죽신입니다.”

 동희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나를 위해 만들었다고?”

 조 현감이 동희가 건넨 보자기를 풀었다. 색이 고운 가죽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조 현감이 흠흠 헛기침하고는 발을 넣었다.

 “나한테 아주 잘 맞아. 내 아버지와 발 크기가 같으니 이런 선물도 받는구나.”

 “불편하지 않으세요?”

 동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니, 아주 편하고 좋다. 너도 네 아비의 솜씨를 물려받았구나.”

 조 현감이 웃었다.

 “정말이요?”
  동희는 뛸 듯이 기뻤다.

 “내가 이 신발을 신고서 산을 올라도 되겠니? 아버님께 자랑하고 싶구나. 나도 아름다운 신을 신었으니 바른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저도 좋아요. 제가 만든 신발을 신고 가신다니 하늘을 날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마당을 나서자 여주댁이 성묘에 쓰일 음식을 싸주었다. 이서기대신 이번에도 동희가 보따리를 들었다. 조 현감이 먼저 산을 오르고 그 뒤를 동희가 천천히 따라갔다.

 “세상에는 말이다. 소소한 것들이 울림을 주는 일이 일어난단다. 이 신발이 그런 감동을 줄지 누가 알았겠니. 동희야 포기하지 말고 네가 가진 꿈을 펼쳐 보아라. 세상은 넓고 네 솜씨를 알아주는 이 또한 많단다.”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꼭 제 꿈을 펼쳐 보일게요. 지켜봐 주세요.”

 동희가 활짝 웃는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하얗게 빛나는 구름이 파란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4.갖신 짓는 아이(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