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은 그냥 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행동할 때 찾아오는 행운 같은
기쁜 소식은 그냥 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행동할 때 찾아오는 행운 같은 선물이다.
주말, 딸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았다. 다 읽지 못한 책들을 쌓아두고도 나는 또 따끈따끈한 책들을 고른다. 그때 서점 한쪽에 씨앗을 심어 키우는 작은 화분들을 진열해 놓은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생명을 키우는 소중한 작업을 경험해 보고 싶어 냉큼 화분 하나를 골랐다. 나팔꽃이었다.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돈을 냈다. 기쁜 소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 때 지난날 즐거웠던 순간을 떠 올린다. 나를 지탱해준 소중한 에너지를 찾아 기꺼이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중학교 때 나는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친구들이 상을 받으면 질투 섞인 부러움의 감정으로 박수를 보내곤 했다. 그러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글쓰기로 대상을 받은 날이 있었다. 상을 받아본 경험이 없던 내가 대상에 이름이 불렸을 때 내 귀를 의심할 만큼 낯선 사건이었다. 전교생이 지켜보는 데 단상에 나가 상을 받을 때 왜 그렇게 떨렸던지 지금 생각해도 내 심장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이직을 준비하는 딸과 함께 가덕도를 찾았다. 가는 곳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넘어가는데 색이 고운 수국이 가득하다. 꽃밭에 누워있는 길을 따라 성큼 내딛는 길이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을 길이지만 딸아이에게는 살길을 찾는 길로 보인다. 새로운 도전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길을 찾아가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
가덕도는 곧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지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옛이야기 속에 묻힐 위기에 놓였다. 그곳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다. 1904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은 외양포에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포를 장전하는 포진지는 물론, 창고, 우물, 옛 막사, 화약고를 만들고 대비했다. 강제 노역에 우리 백성이 동원되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외양포 진지를 둘러보다가 좋은 것만 남기고 가슴 아픈 역사는 사라져 없어진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과연 이로울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딸아이가 화분에 흙을 채우고 나팔꽃 꽃씨를 심었다. 예전에 살던 곳에 나팔꽃을 심은 일이 있었는데 잎만 무성하고 꽃을 피우는 데는 실패했다. 꽃집 사장님께 물어보니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 화분을 두면 잎만 자라고 꽃이 피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기쁜 소식인데 나팔꽃이 피지 않으면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가덕도를 빠져나오는 데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쳐 들었다. 길고 긴 장마라 다시 빗방울이 후두득 떨어지긴 했지만 잠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또 다른 계획을 세워볼 수 있게 되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딸과 함께 이런저런 계획들을 이야기 나누었다. 내가 가진 연륜으로 ‘기쁜 소식을 전해 들으려면 이곳저곳에 내 발자취를 남겨야 좋은 소식이 오더라’고 말해주었다. 말없이 차를 운전해 가는 딸아이가 단지 엄마의 잔소리쯤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주말여행을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가덕도 아름다운 수국과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이 얽혀있는 외양포 포진지를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편리를 위해 사라지는 것들도 많은데 그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화유산이라서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겨서 아름다운 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찾아보면 어떨까? 하고 바라본다.
가덕도에는 가덕도 척화비, 천성진성, 동백군락, 등대. 대항항포진지 인공동굴, 외양포 포진지, 말길 등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