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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갑수 Aug 06. 2021

도서관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 간다. 책이라면 전부 사서 읽고 싶지만, 이제는 보관할 곳이 없다. 내 집에만 5000권 정도의 책이 있는데, 여기서 더 늘면 선 채로 자야 할지 모른다. 도서관 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는 총 24만 권의 책이 있다. 하루에 세 권씩 읽으면 1년에 1000권, 전부 다 읽으려면 240년이 걸린다. 내가 읽고 있는 사이에도 계속 새로운 책이 출간될 테니,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에 나도 소설집을 출간했다. 이미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할 책이 있는데, 거기에 또 한 권을 더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작가는 늘 고민한다.

사실 하루 세 권씩 책을 읽으며 살 수는 없다.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그렇게 1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런 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루 한 권을 읽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다. 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을 우선적으로 고른다.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다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을 뽑을 때도 있다. 출판사를 보고 선택할 때도 있다. 편집위원들의 안목을 믿어보는 것인데, 무슨 무슨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 팔리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선택을 했다고 무조건 끝까지 읽는 건 아니다. 읽다가 중간에 덮는 경우도 있다. 나랑 맞지 않는 책을 고통스레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            




소설가 장정일은 말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읽은 셈이 된다. 정말 인식의 범위에 따라 세계가 변한다면, 한두 권의 책만 있는 세계보다는 다양한 책이 있는 세계가 좀 더 나은 곳일지 모른다. 내가 도서관에 갈 때마다 세상에 책이 한 권씩 늘어난다.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8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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