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한 이명,

하지만 다음 커리어를 서두르지 않기로 한 이유

by 언타이틀

회사를 떠난 뒤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그래서 다음은 언제 시작할 거냐”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늘
겉으로는 가벼웠지만,
나에게는 꽤 무거운 압박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진 사람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늘 어떤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었고,
그 이름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 흐름 속에서 에너지를 쓰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그동안 쏟아내던 열정을
마땅히 향할 곳 없이 붙잡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여기에 현실적인 무게도 더해진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외벌이 가장으로서
시간이 멈춰 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커리어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은
계속해서 나를 재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만큼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처음에는 나 역시
다음을 서둘러 찾으려 했다.
이력서를 정리하고,
연결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능한 선택지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느낀 것이 있다.
지금의 나로 다시 시작한다면
결국 같은 방식으로 달리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디였는지도
나는 이미 한 번 경험해보았다.


이번 선택은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 멀리 가기 위해,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건강하게 가기 위해
나는 나를 달래며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불안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은 여전히 선명하고, 매일 더 짙어진다.
다만 그 불안을 외면한 채
다시 뛰어드는 것이
나와 가족 모두에게
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먼저 잡고 싶다.
일을 사랑하되
나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되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그래서 나는 지금
다음 커리어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멈춰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


조금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는
나 자신과 가족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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