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실수인 내 인생에 또 다른 실수를 만들었다. 용서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이기적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불가능하지만 나에게만은 가능했으면 좋겠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공기도 더 차가워졌다. 폭설이라고 했다. 저 눈에 파묻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건물보다도 높이 쌓였던 도시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고. 그 위로 눈이 쌓이면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차갑게 사라지고 싶다고. 다시는 그 도시에 가고 싶지 않지만 만약에 간다면, 그렇게 사라지는 나를 상상한다. 오래도록 홀로 그 자리에 남을 나를.
울지 않았다. 용케도 울지 않고 살았다. 더는 흐를 눈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지나온 시간은 그렇게 쉽게 내게서 떨쳐지지 않았다. 나는 울지 않으려 버티고, 웃으려 애썼다. 무엇하러 버티고 애를 쓰며 왔는가. 작은 실수로 또 무너질 나를 마주하면서 오늘은 운다. 그리고 적는다. 무엇이라도 적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울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겁이 나서. 울어도 되고, 무너져도 되지만 너무 오래 울었다. 너무 오래 홀로 차갑게.
누구나 홀로 아프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는 결코 당신을 이해할 수 없고, 당신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자신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 판단이 흐려져요."
누군가 내게 말했다. 특별하다는 환상이 판단을 흐리고, 실수를 반복하게 한다고. 또 누군가는 내가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았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나는 몇 번이고 실수를 저질렀고, 상대의 실수를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아니, 아프고 싶지 않다.
종교를 가진 친구는 매년 나를 위한 말씀 카드를 뽑는다. 이번에도 친구는 나를 위한 말씀을 집어 들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잠. 16:32)
자기의 마음을 다스린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어려워 여전히 주저앉는다. 며칠은 또 많이 울었다. 나는 과연 저 말씀을 새기고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아프고 싶지 않다는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할까. 사실 어디로 가도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후회가 남는 결정들 뿐이다. 하지만 돌아보며 우는 것은 그만해야지 싶다. 특별한 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그때의 우리는 특별했지만 결국 모든 관계는 그렇고 그런 사이다. 흔하고 흔한 관계 중 하나일 뿐이다. 서로에게 특별했지만 결국 서로에게만 특별했을 뿐이다. 그때의 우리는 그랬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저 그런 사이로 남았을 뿐이다. 이렇게 글로 적으며 나의 마음을 다스린다. 착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