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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May 05. 2021

오월의 첫날이 생인인 너에게

오월이 왔어. 늘 오월의 첫날이 되면 네 생각이 나. 우리가 만났던 이십 대의 날부터 오랫동안 전하던 생일 축하 인사가 떠오르네. 지난 너의 생일은 즐거웠기를 바라. 짧은 문자로도 전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네가 그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서로가 전하던 생일 축하 인사와 나누어 가졌던 선물들. 네가 내게 주었던 생일 선물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여전히 잘 머물러 있어.


너에게 처음 받았던 생일 선물이 떠오른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 네가 조심스레 내밀던 립스틱. 그리고 앞으로 계속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다던 마음이 담긴 짧은 편지. 너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은 나에게는 늘 기쁜 일이었어. 네가 좋아하기를 바라며 고르던 선물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들. 여전히 그 시간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야. 주고 싶은 선물과 적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는 오늘은 이렇게 길게 편지를 쓰고 있어.


벌써 몇 년이 흘렀어. 지금 나의 이야기를 네가 듣는다면 얼마나 힘들까. 늘 조심스러웠던 너의 마음이 다칠까 연락을 하기가 어려워 머뭇거리고 있어. 보고 싶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어.


네가 선물로 주었던 사진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를 생각해. 굳게 닫힌 창고 문이 찍힌 사진. 너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어. 창고로 내리쬐는 볕은 저리도 밝은데 닫힌 문 너머는 얼마나 어두울까. 어떻게 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내가 닫아버린 이 문을 다시 열 수 있을까. 이 편지를 네게 줄 수 있을까. 허락이 필요한 일도 아닌데 아직은 망설이게 되는 모습에 여전히 주춤하게 되네.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다시 너에게 인사를 전하기를. 웃으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를. 그렇게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너도 나의 이름을 불러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2021년의 오월을 지나고 있어. 벌써 빛이 드는 자리에는 장미가 피기 시작했어. 따듯한 계절에 함께 사진을 찍었던 시간도 기억에서 피어나고 있어. 네가 카메라로 찍어 주었던 나의 모습들이 지금은 너무 멀게 느껴져. 그때의 나는 아프지 않았던 것만 같아 그립지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오늘은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매일을 살아. 너의 오늘도 웃는 날이기를 바랄게. 몇 해 전 너와 함께 보낸 계절이 다시 왔어. 밤에도 붉었던 장미를 찍는 나를 네가 찍었던 밤. 그 밤의 나는 많이 아팠지만 너와 함께 웃을 수 있었어. 고마워.


보고 싶고 그리운 나의 친구.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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