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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Jul 10. 2021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긴 장마가 될 거라고 했다. 순식간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다가 다시 구름이 몰려오기를 반복한다. 며칠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빠르게 흐르는 하늘을 지나쳤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한꺼번에 몰려온다. 다행히도 먼저 아팠던 내가 있어서 비슷하게 아픈 너를 이해할 수 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고민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할 방법이 없어서 흠뻑 젖도록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떠올린다.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이런 바람이 욕심이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마치 이런 염원이 터무니없는 것인가 한다. 불가능을 꿈꾸고, 세상에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이가 된 것처럼. 오지 않을 산타를 기다리며 머리맡에 작은 소망을 두고 잠에 드는 아이처럼. 


소리도 낼 수 없이, 자신의 가슴팍을 때리며 우는 사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온 사방으로 휘청이는 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지나와 오늘에서 내일로도 갈 수 없는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네가 울면 좋겠어. 그냥 소리 내 울고 아픈 만큼 아파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너와 나는 다르고, 우리의 삶도 다르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결국은 혼자 지나가야 할 시간이기에. 


굳은 다짐과 온갖 계획을 품고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솔직히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도를 펼쳐 두고 현재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해도 지금의 위치를 그려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하고, 바라본다. 


오늘도 바란다.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더는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그저 우리의 오늘이 괜찮기를. 머리맡에 두고 잠든 작은 소망에 응답이 있기를. 우리에게 좋은 일이 조금 더 많이 일어나기를. 


장마가 길다고 했다. 피할 수 없는 비에 모든 것이 휩쓸리지 않았으면. 나쁜 것들만 사라졌으면.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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