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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Jul 16. 2021

오늘은 충분해

느지막이 일어나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어. 요즘에는 분노도 절망도 그리고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이 종종 있어. 그런데 종종 마음이 벅차서 눈물을 왈칵 쏟기도 해. 아주 사소한 말과 행동에 온통 휩쓸려버리더라고. 다시 그런 나를 마주할 때면 불안감도 함께야. 혹시 또 상처가 되면 어쩌나. 행복해지고 싶은 간절함에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과 자책. 나의 지독한 결핍.


“행복해.”


왜 소리 내 그 말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까. 오늘 나는 행복하다 느꼈어. 주고받는 말과 마음에. 그리고 더는 아프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했어.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고통은 없지만 작은 순간들이 그 통증을 잊게 해 줘.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흉터도 가리고 싶은 얼굴도 마주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누구는 무지개를 봤나 . 나는 빠르게 지나는 여름의 시간을 봤어. 신호 하나를 지났을 뿐인데  사이 어두워지는 하늘. 여름이구나 싶었는데 벌써 칠월의 절반이 지나고 있어. 무지개가  있던 하늘은 어디였을까, 사실 그리 궁금하지 않네. 그래도 봤다면 예쁘다고 말하며 사진을 찍었을 거야.


모두가 아름답고 예쁜 것을 보면서 즐거웠으면 해. 그리고 나도 나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마주하고 웃기를 바라. 설령 무지개를 보지 못하더라도 내게 좋은 것은 커다랗고 아름다운 무지개는 아니니까 괜찮아. 물론 볼 수 있다면 나조차 알 수 없을 표정으로 바라볼 거야.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어쩌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


행복해. 끝을 모르겠는 나의 결핍을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그리고 어쩌면 굳이 다 채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어쩔 수 없는 것에 치우치지만 않아도 지금의 나는 즐거워. 태양이 넘어가는 광경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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