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0000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오 Jun 05. 2022

안녕, 방공호

사라졌다. 도망치고 싶으면 찾았던 곳이 사라졌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했던 곳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공들여 작별 인사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처럼 잊힐까 겁도 났다.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았다.


미아가 되었다. 갈 곳을 잃고 많이 헤맸다.


나는 마음을 온통 다 줘버린다. 사람과 공간 내가 마주치는 모든 것에. 나는 모든 것을 아주 깊이 사랑한다. 어릴 때에는 가진 것이 적어 누구에게건 사랑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친구에게 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줄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늘 마음을 다 하면서 사랑한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공간과 작별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 쌓은 추억들이 빛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흐릿해지겠지만 늘 반짝이길 바란다. 나의 둥지. 안식처. 방공호.


힘들고 지치면 기억 속 그곳으로 도망칠 거다.

(2015)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느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