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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Jun 06. 2022

그만하려고요

나와의 작별을 생각했어요. 많은 것이 정리되고, 뒷 일이 된 후에는 깨끗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 누구와도 아닌 저 자신과.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지 않아 작별을 택한 것 같아요. 가장 쉬운 길처럼 보였어요. 네, 누구와도 아닌 저와 작별을 고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더군요. 헤어짐을 미루다 해가 다 갔어요. 겨울이면 모든 것과 이별하고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될 것 같아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면 안 되는 것 이라고요. 저는 자주 기억을 곱씹고, 남의 잘못에서 저의 잘못을 찾는 노력을 굳이 했는데,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해주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고, 용서할 수 없다고 모두와 헤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어요. 이해와 용서는 어쩌면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하고요. 사실 자신도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더 많은데 자신과 헤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더라고요. 봄이 오면 그만하려고요. 애쓰고, 곱씹으며 노력하는 것을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힘들이지 않으려고요. 이해도 용서도, 이별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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