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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Apr 18. 2020

쏟을 것이 없어도 쏟아지는 것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운다

지난여름,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 좋은 것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저 너머에 박혀있다. 여전히 여유가 없는 자신의 상황을 미안해하는 그의 마음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다 큰 딸의 생일 선물을 못해줘 미안하다는 그 마음을 나는 버겁게 받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젖어있다. 분명 수화기 너머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도 함께 울음을 삼킨다.


눈물이 마른 줄 알았다. 더 흘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가만있어도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 우는 내가 너무나 싫다. 나는 늘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많이 운다. 더 쏟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쏟아진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이런 인사도 이렇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 하루도. 그만하고 싶다.


너무 많은 순간과 그 순간의 말들과 그때의 모습. 내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을 많은 것들이 계속 내 발목을 잡는다. 어쩌면 내가 그냥 나를 여기에 붙들어 두고 있는지 모르지. 여름이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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