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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Apr 07. 2020

오늘과 내일에 갇혀있다

어제로는 갈 수 없다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여전히 오늘이었다. 내일은 오지 않았고, 오늘도 가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고 무엇도 결정하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디로든 가야 할까. 무엇이든 결정해야 할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계속 여기에 서 있는 자신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 얼마나 나를 더 미워할 수 있을까. 나를 계속 담금질하지만 어떤 모양도 만들지 못한다. 그저 끓어올랐다 차갑게 식기만 반복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그걸 끊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나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김사월, 달아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나를 미워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걸까. 좋아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걸 할 줄 몰라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고. 모든 것을 그만두면 나를 미워하고, 스스로에게 상처 내는 것을 그만둘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할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이 가능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를 떼어놓아야 한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나를 혹사시키지 말아야 한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그렇다면 모든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나는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매일 힘들다. 그 질문을 멈출 수도, 답할 수도 없어서. 이런 나의 이야기를 듣던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요.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어요.”


더는 무엇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더 노력할 가치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럴 힘도 내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왜 눈물이 났을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그 말이 힘이 됐을까? 무서웠을까? 슬펐을까? 여전히 그만두고 싶지 않은가. 나는.. 알 수 있을까. 내가 왜 울었는지.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두는 것이 무섭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해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계속해야 내가 던진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될까. 오늘도 질문만 던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제로는 갈 수 없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나는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오늘과 내일을 지나가야만 한다. 어제로는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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