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지 않는 사이

잘 지내요.

by 운오

잘 지내고 있습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저 당신의 안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는지. 누군가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은 없었는지. 어떤 걱정들을 안고 잠에 드는지. 어떤 웃음을 띠고 길을 걷는지. 그저 그런 매일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이제 더는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 사이가 되었지만 늘 당신의 안녕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그 나이의 나는 서툴고, 어리석고, 급급했다는 걸.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물론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숨어서 전하지도 못할 마음만 적고 있으니까요.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웃고 싶어요. 그간의 안부를 묻고, 지난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당신의 행복을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어요. 이제 더는 마주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기회가 있다면 꼭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유를 말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지만 앞으로 앞으로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견딜 수 있던 시간에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빚으로 남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어리석었던 저를 친구라 불러주었던 시간. 서로를 다독여주었던 날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줄 수 없는 현실에 뒤돌아 스스로를 미워한 날들. 그 모든 날이 고맙기만 합니다.


자꾸만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때에는 인정하지 못했던 못난 마음을 이제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가질 수 없는 면모를 지닌 사람에게 가지는 자격지심도 있었고요. 그런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갖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구별하기가 왜 그리도 쓸쓸하고, 아팠을까요. 그저 나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늘 누군가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늘 당신을 부끄러움을 안은 채 마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고, 더욱 경계를 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 저를 당신은 알아챘을 테고요. 그런 저라서 우리가 더는 안부를 묻지 않는 사이가 되어 버린 걸까요. 마음에 남은 빚처럼 후회도 남았습니다. 어쩌겠어요. 벌써 여기까지 와 버렸네요. 또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을 보내겠죠. 어쩌겠어요. 보내야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후회를 하기도 하고,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하면서. 전하지 못할 미안함과 고마움을 입 속에 머금은 채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된다면,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부끄러운 낯이 아닌, 웃는 낯으로 당신을 마주하길 바라면서. 스스로를 좀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매일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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