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 빨래
퍽 퍽 퍽, 퍽 퍽 퍽, 팍 팍 팍
어깨너비쯤 되는 폭 쪽으로 수건 양 끝을 길게 잡고, 여섯 번 세게 턴다. 퍽퍽퍽, 퍽퍽퍽. 이어서 수건의 중간 지점을 잡아 반으로 접어들고, 다시 세 번. 팍팍팍. 그리고 그 모양 그대로 건조대에 넌다. 빨래 널기를 싫어하는 내가 그나마 찾은 재미다.
퍽 퍽 퍽 쉬고, 퍽 퍽 퍽. 접고, 팍 팍 팍. 널고. 그렇게 수건을 다 널고 나면 양팔이 뻐~근하다. 그 와중에 다른 색 수건이 세탁기에서 돌아가고 있다. 탈수를 향해 뱅뱅뱅. 뱅뱅뱅. 뱅뱅뱅...뱅뱅뱅...이제 한 번 더 수건을 널면 오늘의 하나가 끝난다.
수건을 세탁하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 세탁기를 가장 먼저 돌린다. 우리 집에는 노란색 수건 열 장, 나름 빈티지한 파란색 다섯 장(받은 거라 맘에 들지 않는 로고가 있지만 그래도 색은 맘에 든다.), 갈색과 흰색 줄무늬 열다섯 장. 그리고 돌잔치 주인공 이름이 있는 하얀색, 은행 이름이 있는 인디언 핑크와 초록색 수건이 있다. 줄무늬 수건은 널었고, 세탁기에 있는 노란색 수건이 탈수를 마치면 건조대 가득 수건만 있을 예정이다.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는다. 섬유 유연제는 넣지 않는다. 수건을 빨 때는 섬유 유연제를 넣으면 수건의 수명을 더 짧게 만든다고, 오히려 보송보송한 수건이 되지 못한다 들었다. 그렇게 수건만 넣고, 최대한 색깔을 나누어 세탁한다.
전에는 모든 것을 다 함께 넣고 세탁을 했다. 빨래를 싫어하기도 했지만 귀찮았다. 나누어 담고, 널고. 내가 싫어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색과 소재를 나누기는커녕 옷과 수건, 심지어 양말도 한데 넣어 세탁했다. 쌓아둔 빨래 더미를 한 번에 세탁기에 넣고, 건조대에 널어서 서둘러 마무리했다. 싫어하는 일은 끝까지 미루고 쌓아서 한 번에 서둘러 마치는 사람. 좋아하는 일은 서둘러 시작하고, 여러 번 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은 어째서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을까. 싫어하는 일은 한 번으로도 지치는데. 시작하지 않아도 생각만으로도 벌써 지치는 일. 빨래는 나에게 그런 일 중 하나였다. 하나였다. 그렇다. 나는 지금 과.거.형으로 썼다.
지금은?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빨래보다 더 싫고, 끔찍한 것이 생겨서일까. 빨래할 때는 기억하고 실행할 것이 많지 않다. 우선 옷과 속옷, 양말, 수건, 이불 등을 나누어 세탁한다. 옷도 수건도 색깔별로. 그냥 종류와 색으로 나누면 된다. 그렇게 하고 나면 검은색 옷에 붙은 하얀 먼지들을 테이프로 떼어내며 나에게 욕지거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뿐이었다. 시작할 때 들이는 약간의 수고로 나중에 올 후회와 반성을 줄일 수 있었다.
나는 실수를 반복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나아질 수 있다고들 하지만 너무 느린 걸까. 그냥 몇 가지만 지키면 될 일을 이제야 시작하고 있다. 사실 그마저도 귀찮은 날에는 그냥 무시해 버린다. 생각하지 않고, 조심하지 않은 채 실수 후에 오는 후회와 반성을 취한다. 오기를 부린다.
‘왜 조심해야 해. 어째서 조심하고 지켜야 하는 건데. 그렇다고 내가 상처받지 않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해도 상처받는데, 왜 조심해야 하냐구!!!!!!!.’
오기가 솟아난다. 화가 난다. 화가 난다. 화가 난다! 빨래 이야기가 실수와 후회로 그리고 상처받은 기억으로 이어진다.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지며 결국 같은 자리를 뱅뱅뱅 돈다. 그냥 벨소리 들리면 수건만 꺼내어 널면 될 일을. 기다리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결국 운다.
울면서 생각한다. 조심해야 한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늘어 간다. 노력하지 않으면 잃을 것이 수두룩하다. 내 앞에 수북한 더미. 종류와 색깔별로만 나누어도 큰 사고는 면할 수 있다. 옷을 버릴 일도 없고, 괜한 수고를 할 일도 없다. 하지만 안다고 다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계속하는 것. 늘 좋은 것만 할 수 없다는 것, 좋은 것을 위해 싫은 것도 해내야 한다는 것. 나이에 상관없이 힘든 일이다. 싫은 것을 해내는 일은. 하는 것이 아닌 해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포기하고 싶어지니까. 그만두고 싶으니까. 그런데 빨래는 오늘 그만두면 내일 하면 되는데, 나를 그만두면 내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래서 계속 꾸역꾸역 하나씩 한다. 일단 하나를 하고 나면 그 일은 목록에서 지울 수 있을 테니.
퍽 퍽 퍽, 퍽 퍽 퍽, 팍 팍 팍
오늘의 하나는 끝났다.
개인적으로 글감을 받아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매주 메일로 글감을 받고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씁니다. 그렇게 쓴 글을 싣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