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마다 그리운 임이시여! >
칠월에 가신 임이시여!
모두 다 즐겁고 풍성한 여름이지만,
임께서 떠나신 나의 계절은
성찬을 차려 놓고도 즐겁지가 아니합니다.
화단에는 옛날을 그리워하듯
누가 심었는지 모르는 나팔꽃 줄기가
꽃은 필 생각도 않고 고개를 숙이더니
보살펴준 나의 성의도 외면한 채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공연히 속상한 마음에
시든 줄기를 뽑아버리고 방에 들어와
답답한 커튼을 벗겨버리자
멍청한 구름이 얼굴을 내밀려던 태양을 가리고
하늘에선 비가 내려 지금
또다시 우울한 오후가 되어버렸습니다.
묵었던 강물이 흘러가고
또다시 신선한 물이 내려오는 것이
순리이고 기쁨이거늘 어찌
지나간 추억만 탓할 수 있겠습니까만
푸르렀던 옛 꿈마저 적셔버린
축축한 장마철엔 웬지
부질없는 아쉬움만 젖어들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때도 모르고 한 낮부터 울어대는
두견새의 울음을 들으며
오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임의 뜻을 기리기 위해
뜨거워진 두 눈을 감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