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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ul 03. 2023

시 : < 양심의 감옥 >

< 양심의 감옥 >



누가 쳐다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지만

갇혀 있는 나는 누구인지 압니다.


죄를 짓지 않았으므로

문도 마음대로 열 수 있고 전화도 걸 수 있지만

쇠사슬보다 강한 힘에 묶이어

숨 쉬고 생각하는 것조차 힘이 버겁습니다.


흥겨웠던 어느 봄날

나는 두 송이의 꽃을 가꾸었습니다.

뜰 안의 꽃잎은 어느새

정당한 가시가 돋아나 왠지 두렵습니다.

그 앞서 자유롭게 핀 꽃잎은 결코 유혹하지 않지만

수십 년 젖어있는 뜻은 알고 있습니다.


괴로운 나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암흑을 기대하며

어둡고 긴 가을밤을 기다렸지만

달빛은 너무 밝아 숨을 수도 없고

냉혹한 바람은 수군수군 불어대며

낙엽처럼 비참하게 자존심을 떨구니

묶이어 밤에 짖는 개처럼 바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향 같은 어리석은 양심은

향수에 병든 젖은 향기를 외면하지 못해

저절로 감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토록 복잡하고도 고통스런 이곳은

문이 열려 있어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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