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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Aug 31. 2023

시 : < 총탄에 쓰러진 사슴이여 >

< 총탄에 쓰러진 사슴이여 >



흥분한 악마의 손에서 불을 쏘았다.

우아한 존귀의 과녁은 뚫렸으니

무참히 멸망하는 영화를 잊고

이제 하늘을 원망하거라.


겁먹은 고통을 짙붉게 토해내는

쓰러진 사시나무 거목의 모습

전신이 굳어지는 희미한 현실 속에

눈 한번 더 떠보려 마지막 혼미 하는 몸부림

비통하게 내뱉는 신음소리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한단 말이냐.


너는 모른다.

허공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가

천국에서 너의 절규를 듣는다 해도

쓰러지고 나면 도울 자 아무도 없느니

창공을 향해 뻗은 빛나는 뿔들은 지금껏

가지가지 벌어져 화려한 자태를 보여 줬지만

이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 한 번 대항하지도 못한 채

촉각을 다투어 사라져가고 있노라.


영악한 자 입가에 띤 승리의 미소

신을 등에 업고 변명을 일삼는 자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사자였느니,

지워지는 가냘픈 숨결소리에

영혼을 슬퍼하던 바람마저 가라앉아

경의를 표하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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