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韓民國憲法
第10條 모든 國民은 人間으로서의 尊嚴과 價値를 가지며, 幸福을 追求할 權利를 가진다. 國家는 개인이 가지는 不可侵의 基本的 人權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義務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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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슬픈 인간들
6. 똑같은 마음, 똑같은 육체
할머니의 기도가 효과를 보았을까? 앓아누운 지 7일째 되는 날 저녁부터 아영은 식욕이 돋기 시작하였다. 이날은 잠도 제법 잘 잤으며 악몽도 꾸지 않았다. 편안하게 밤을 지내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다. 이제 밥도 먹기 시작하였고 하루에 몇 번씩 복지원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렇게 3일을 더 지내니 이제 정상을 거의 회복한 것도 같았다. 그저께부터 시작한 생리의 양도 적당한 것 같았다.
아영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스가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그래야만 진호 오빠가 배달 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호는 오지 않았다. 오빠대신 배달 온 김영준 사장에게 물어보았지만 지금 쯤 석방되었을 것이므로 곧 오게 될 것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그 이상 이렇다 할 소식조차 없었다.
“준비 됐으면 가자, 어서...”
정 언니가 오늘따라 호들갑을 떨며 바쁜 것처럼 서둘러 차에 태웠다. 오늘은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목욕탕으로 몸을 씻으러 가는 날이었다. 동생뻘 되는 진영이와 유미도 함께 하였다. 진영이와 유미는 팔과 다리가 몹시 부자연스럽기는 해도 혼자서 걸을 수가 있기 때문이 도착하자마자 먼저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영이는 혼자서 벗기가 어려워 누가 도와줄 때를 기다리는데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바지는 그렇다 치고 우선 혼자서 웃옷만이라도 벗으려 하니 왼팔이 말을 안 들었다. 최근에 와서 부쩍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자꾸만 굳어져가는 것이 완연하였다. 한참을 낑낑대고 있으니 드디어 관리인 아줌마가 아영이를 발견하였다.
“도와주랴?”
“네 조금만 도와주세요.”
“먼저는 잘 벗더니 왜 그래?”
“왼 팔이 말을 잘 안 들어요. 점점 굳어지나 봐요.”
“그러니까 운동을 부지런히 해야지. 오늘은 도와주지만 다음번엔 바지만 벗겨줄 테야, 웃옷은 네가 벗어야 해. 알았지?”
“알았어요.”
아줌마의 말이 옳았다. 진호 오빠가 구속되고부터 자꾸만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운동부족은 당연했다. 탕에 들어가서 고개를 숙이고는 부쩍 여윈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뼈에 가죽만 남은 듯 앙상한 두 다리,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불만스러웠다.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빠가 내 몸을 보면 얼마나 놀랠까? 그래도 피부는 괜찮은 편인데 말이야, 그치? 하지만 안 돼, 결코 내 몸을 보여줘서는 안 돼. 오빠가 이런 모습 보면 실망하고 말 거야. 절대 안 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깨끗한 몸으로 오빠를 만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어보았다. 뒷물을 하기 위해 손으로 만져보니 생리는 이미 멎은 상태였다. 음모에 비누칠을 하고는 손바닥을 펴서 문질러 닦기 시작하였다. 반복하여 클리토리스에 손가락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황급히 손을 떼고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숨을 멈추었다가 다시 심호흡을 한 번 하였다. 다행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흥분은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내 몸엔 쓸모도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공연히 마음만 심란하게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행여 누가 볼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치 챈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머리마저 감고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한 날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뭔가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영철이가 TV에서 나오는 춤추는 가수를 보며 껑충껑충 따라 흉내를 내었다. 스물 세 살의 청년이지만 심한 자폐증과 정신지체를 앓고 있어 마치 세 살짜리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다. 그는 대소변조차도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복지원의 다른 형들이 도와주거나 씻겨주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경우에는 바지를 몽땅 벗은 채로 복도로 나와 아영이 앞으로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의 음모는 풍성했으며 성기는 다른 어른과 조금도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성기를 덜렁거리면서도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다. 그는 지능이 아기와 같았으므로 성욕도 아기와 같아보였다. 아영은 간혹 자신도 차라리 성욕까지 마비가 되거나 아기처럼 자라지 않았었더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하다면 귀찮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생리도 안 나올 것이고, 달빛이 아무리 밝아도 잠이 잘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복도 한 쪽에서는 진경이가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 아영이는 살며시 다가가 자기도 따라서 매니큐어를 칠했다. 그런 다음 다시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여 머리에 핀을 꽂고는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또다시 빙그레 웃었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 예배시간에도 아영이는 출입문 앞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왠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이날도 자기 전 일기대신 편지를 썼다.
‘오빠. 오늘은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했습니다.
머리도 감고 때를 벗기며 몸도 씻었지만, 때 묻은 나의 마음도 깨끗이 씻었답니다. 하지만 오빠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씻지 않고 소중히 남겨두었답니다.
오빠도 종종 목욕을 하시겠지요? 하지만 오빠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아영이는 지우지 마세요. 아영이가 슬퍼할 테니까요.
잘 자요, 오빠!’
제2부. 선녀가 인간으로
7. 빌어먹을 세상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