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입원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일시적이나마 회복되는 것도 같았다. 입원한 후로는 한 번도 의식을 잃어본 적이 없고 어제는 코피도 멎었다. 조금 전 의사가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갔지만, 마음을 편안히 하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경기 때마다 승리의 기도를 올리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마다 조금씩 기운이 나아지는 듯 하였다. 오빠가 뛰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결승에 오른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오늘은 꼭 골을 넣을 거야, 아무도 예상 못했던 한국 팀이 결승까지 올라온 것만도 다행이지만. 그러니 솔직히 져도 좋아, 하지만 오늘은 꼭 골을 넣어 줘. 오빠 부탁이야.’
tv를 보던 선아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기도하듯 계속 중얼거렸다.
‘귀국할 때 축구화와 티를 싸서 냉이꽃 한 다발을 얹어 주라. 여지 껏 오빠는 나한테 꽃 한 송이 안줬잖아. 여잔 꽃을 좋아 한다구, 바보 같은 돌쇄 오빠야.’
그리고 지수에게 꽃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며 빙그레 웃어 보았다.
‘그날은 오빠 품에 안겨볼 거야, 아마도 그날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거야. 그렇지? 유명해져도 날 만나준다고 굳게 약속했잖아. 꼭 지켜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난 더 이상 살 수 없어. 정말 난 살 수가 없다구, 흑흑...’
어느 새 웃음은 사라지고 턱 아래로 떨어지는 뜨거운 기운은 좁디좁은 가슴의 옷깃을 질퍽하게 적시고 있었다. 다시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고 tv를 보니, 아! 이럴 수가...
“오, 오빠...?”
거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관중들의 고함소리에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데, 주위 사람들마저 입을 벌린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키퍼와 1대1로 대치하고 있는 저 선수, 분명한 오빠였다.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크게 떠 보았지만 틀림없는 오빠였다. 뒤에는 하이에나 같은 험악한 야수들이 오빠의 내장까지 갈기갈기 찢어 삼킬 듯 흥분하며 선두를 다투고 있었다. 7미터, 6미터, 5미터....
“믿을 수 없어, 정말...”
드디어 오빠는 결심한 듯 볼을 2미터 쯤 앞으로 툭 내찼다. 그리고 반도의 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야~ 아~ 앗!”
왼쪽을 향하여 발질을 하려는 찰라, 이를 눈치 챈 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따라 기울며 중심을 잃었다. 오빠는 차려던 발을 재빨리 허공에 휘감아 멈춰선 다음, 반대편 빈 공간을 향해 공을 살짝 밀어 넣었다. 페널티 영역 안에는 우루루 몰려온 악귀들이 오빠를 쓰러트리고 자기 팀의 키퍼까지 뭉개면서 골문 안으로 대시해 들어갔지만, 공은 이미 그물망 안으로 처박힌 후였다.
“고~울 인! 고~울 인!”
tv에서 흘러나오는 고함소리와 이 방 저 방 환자와 보호자들이 질러대는 환호성 소리에 병실은 떠나갈 듯 시끄러웠고, 감격한 선아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또다시 두 눈을 감고 말았다.
6.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