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환영객과 구경꾼들에 뒤섞여 몰려나오는 선수단을 향해 수십 명의 기자들이 달려들었지만, rbs 방송국 김 기자는 오로지 지수 선수를 찾지 못해 안달하고 있었다. 마지막 선수들까지 다 빠져 나가고 뒤늦게 나오는 수행원 한사람에게 따라가 물었다.
“지수 선수는 왜 안보이나요?”
“지수 선수요, 먼저 나갔습니다. 무슨 볼 일이 있다면서 공항요원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먼저 수속을 마치고 나갔습니다.”
이때 기자의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김 기잡니다.”
“나 방 기잡니다. 여기 수상한 사람이 있는데 이리 와 보실래요? C주차장 동쪽 200여 미터 지점 분수대 앞에 차양이 큰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있어요. 왼쪽 검지손가락이 휘였거든요.”
“아,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는 둥 마는 둥 하며 카메라기자에게 눈짓을 하고 달려갔다. 가뭄에 지쳤는지 분수대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기자는 서 있는 청년의 왼쪽 검지손가락이 약간 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짐은 어디다 두었는지 손에 쥔 것은 라면박스보다도 작은 종이상자 하나뿐이었고 그 상자 위에는 소박한 꽃 한 다발이 투명 비닐에 쌓인 채 붙어있었다.
기자는 청년과 약 2미터 거리를 유지한 채 등을 돌려 몇 초 동안 숨을 가다듬은 후 돌아서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안녕하세요 지수 선수, 환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혼자 계십니까? 혹시 무슨 급한 약속이라도 있습니까? 먼저 우승 소감 한마디만 부탁합니다.”
비교적 침착하게 행동했으나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던 지수는 질주하던 세계적인 스타답지 않게 흠칫 놀라며 기자를 바라보았다. 옆으로 지나가던 두 젊은 여인도 기자의 말소리를 듣고 놀란 모습으로 수군거리며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지수는 마이크에 붙어있는 rbs 방송국 마크를 확인하고는 차양을 올려 시야를 넓게 모자를 고쳐 썼다. 그리고 마스크를 벗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네... 약속이 좀 있어서요. 사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느 새 주위에는 구경꾼들과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지수는 군중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자 옆에 있는 화단으로 올라갔다. 그의 눈은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부모님이신가요, 애인이신가요? 만날 사람이...”
“저의 팬입니다, 저의 유일했던 팬. 바로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 했거든요.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아, 이건 선물인인가요?”
“예, 비록 약속한 시간은 20여 분 지났지만, 꼭 올 거예요. 몸이 약한 그녀지만 한 번도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좀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이 꽃이 생화거든요. 그녀가 좋아 하는 냉이꽃요.”
7.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