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소송, 당신도 할 수 있다_07

나도 (이렇게) 약90%를 이겼다(2023년 3월 출간)

by 이종섭

제2부. 준비운동


3. 최소한의 기초법률상식


소송은 법률 보다 기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기초적이라 할 수 있는 법률지식은 알아야 편하고 도움이 된다. 이 말은 외운다는 것이 아니라 알아들을 만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뜻이다.


(1). 법률 조항의 적용, 해석방법(대법원 판례)


- 하급심 판례와 다른 대법원 판례의 성격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외의 법원 판례는 법률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 절차 없이도 시대상황 등 사정변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 판례이다. 다만 대개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급심에서 대법원과 다른 해석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대법원 판례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용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는 법원이 보장해주는 중요한 법률해석과 법률적용의 이론적 증거가 된다. 대법원 판례를 증거로 인용하는 예는 다시 설명할 것이다.


- 하급심에서 법률 해석이 잘못된 경우나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바꾸기 어렵다. 이것을 기판력이라고도 한다. 그것을 바꾸려면 재심이라는 절차가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


- 법령의 조문을 함부로 해석하지 마라.


법률의 최종 해석과 판단은 법원이 한다. 따라서 소송을 하는 자는 법률의 각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대법원의 판례검색을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법률상식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2). 변론주의, 자백간주


이 용어는 민사소송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원칙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코 외울 필요는 없지만 소송하기 전에 반드시 이해하여야만 하는 조항이다.

참고로 민사소송법 제150조(자백간주)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

③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내용이 길기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요점은, 민사소송이란 법적으로 옳은 사람만이 승소할 수 있다. 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옳은 사실도 일관성 있게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거나 잘 못 주장하면 판사를 포함한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패소할 수도 있다. 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속된말로 자신의 밥그릇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일에 연속하여 불참한다거나 상대 주장에 명백하고도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상대의 주장에 묵시적으로 자백(동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사소송의 특징이며 중요한 성격이다.


(3). 자유심증주의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쉽게 말하자면 민사소송의 재판에 관한 모든 판단은 판사 마음대로 한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칙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4). 재소금지의 원칙


민사소송법 제267조(소취하의 효과)

① 취하된 부분에 대하여는 소가 처음부터 계속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②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제소한 소송에 대하여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취하할 수 있다. 그런데 본안에 대한 종국 판결 선고 후에 소를 취하(취소)하면 다시는 누구에게도 동일한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1심 판결 후 소를 취하해야 할 경우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항소취하’와 ‘소취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5). 중복소송금지원칙


민사소송법 제259조(중복된 소제기의 금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는 다시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러한 중복소송 사건은 통상 채무자가 누구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법률구조공단 등의 자문 없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발생하기도 한다. 누가 채무자인지 확실치 않을 때 채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피고로 묶어 연대 또는 공동책임을 묻거나 하면 될 사항을 따로따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때 중복소송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한쪽의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면 그것을 취하하면 나머지 소송은 계속될 것이지만, 1심판결 후 항소심에 가 있는 사건에 대하여 항소만 취하하지 않고 소를 취하하면 나머지 소 또한 각하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 재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먼저 법률구조공단의 자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6). 재심제도


우리나라 소송은 3심제이기는 하지만, 판결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 문서나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또는 증인이 거짓진술을 하여 이것이 판결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패소한 다음 시일이 지나 확정되었을 경우,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에는 법원에 다시 재판을 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이때는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고 그 거짓이나 위조 등의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였을 경우는 지체없이 법률구조공단에 가서 상담하여야 할 것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증인의 거짓증언으로 억울하게 패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나중에 그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흔하다.


(7). 변론기일


법원에 나가 재판을 받기로 되어 있는 날을 말한다.


(8). 추정기일


변론기일의 날짜를 정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여야 할 사정이 있을 경우라면 기일지정을 신청하면 된다.


(9). 변론재개


모든 변론이 종결되고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을 때, 새로운 결정적 증거 등이 발견되는 등하여 다시 재판을 열고자 할 때에는 변론재개를 신청할 수도 있다.


(10). 시효


모든 채권은 대부분 시효가 있다. 특히 상거래, 임금 등으로 발생한 채권은 시효가 매우 짧으므로 받을 돈이 있다면 시효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11). 계약이란


계약이란 꼭 문서로 작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한 약속도 전화메시지 등으로 주고받은 사실 등을 증거로 확인시킬 수 있다면 계약의 효력이 있다.


(12). 채권, 채무


채권이란 타인에게 무엇을 해달라거나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고 채무는 그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꼭 금전에 관계된 것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13). 형성권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법률관계의 변동(권리의 발생.변경.소멸)을 일어나게 하는 권리를 말한다. 조금 어려운 말이기는 한데, 이를테면 토지공유자에게 다른 공유자가 분할을 요구하면 해 주어야 한다는 권리이다. 이러한 형성권에는 권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과,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비로소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있다(형성의 소).


(14). 권리남용


‘내 것 내 마음대로.’ 라는 것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재산권 등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라는 것이다. 이는 공공의 목적 등을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민법 제218조(수도등 시설권) 및 219조(주위토지통행권) 등이다.


그렇다고 공공의 복리 등을 위해서는 남의 재산을 아무런 대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할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분쟁이 있을 경우, ‘내 것 내 마음대로.’ 라는 생각 보다는 양보와 타협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15). 기타


이상 열거한 것 외에도 중요한 법률지식은 많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다 소용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 책의 목적이 법 지식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상으로 줄인다. 나머지는 필요할 때마다 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제3부. 민사소송이란?


1. 소송의 비용과 준비


-- 계속 --



이전 06화나홀로소송, 당신도 할 수 있다_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