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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k Dec 26. 2022

베고픈 이방인 10

카사블랑카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던 카페가 밀집돼 있는 Bd Mohammed V라는 길거리의 점심시간에는 아침에 보이지 않던 식당들이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 메뉴 선택의 폭이 넓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모로코 음식은 실수할 확률이 낮다. 그만큼 음식들이 입맛에 맞는다. 모로코 요리는 대체적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영향, 바다 건너 스페인, 프랑스 식민시기, 지중해 국가, 베르베르 민족, 무어인 등의 영향으로 음식문화가 매우 다채롭다.

길을 걸으며 행복한 고민을 마치고 치킨 타진을 주문했다. 타진은 스튜와 흡사하다. 고기와 야채를 넣고 향신료를 넣어 국물이 자작하게 오래 끓여 만든 요리이다. 한국의 닭볶음탕과 상당히 비슷한 메뉴이다. 설명하기 힘든 향신료와 약간의 카레맛이 느껴지는 치킨 타진을 시키면 삶은 콩과 전통 빵 홉스가 같이 나온다. 빵 사이를 갈라 그 안에 야채와 닭고기 살을 넣고 국물에 찍어 먹으면 짭조름하고 담백한 맛과 함께 한 끼 식사로 넉넉하다.


쿠스쿠스 또한 모로코에서 자주 먹는 전통 음식이다. 매주 금요일 주로 먹는 음식이라 하지만 그다지 요일을 가리지 않는다. 야채 밑에는 좁쌀 모양의 작은 알갱이가 수북이 깔려 있는데 세몰리아하는 알갱이 모양의 밀이다. 이 수북이 쌓인 밀 밑에는 양고기나 닭고기가 넣어져  있고 그 위로 수북이 콩, 당근, 오이 등의 쌓아서 푹 쪄낸 음식이다. 이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지만 까다롭지 않은 내 입맛에 쿠스쿠스 또한 쉽게 목을 넘어간다. 건강한 맛이다.


모로코의 음식 물가는 아침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파악했듯이 정말 저렴하다. 점심시간에 타진이나 쿠스쿠스의 가격은 $2~$3 가량에 지나지 않는 부담 없는 가격이다. 이 참에 한번 고급스러운 비싼 레스토랑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카사블랑카의 숙소 근처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 내려가면 Wafasalaf라는 정거장이 나온다.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니 O Chef라는 고급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스테이크 하우스라 명칭이 붙은 이 고급진 레스토랑에 발을 들여 넣으니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비쌀 것 같은 실내 분위기에 긴장감이 흐른다. 미국에서 럭셔리 레스토랑은 거의 가지 않는 편이다. 양고기 꼬치와 스테이크를 한번 맛보기로 하고 메뉴판을 훑어본다. 흠.... 가격이 역시나 실망감을 주지 않는다. 물론 점심시간에 먹었던 서민식당의 메뉴들에 비해 상당한 가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10 정도의 가격이다.


모로코는 올리브 생산량이 세계 5위에 이를 만큼 올리브 열매의 생산과 수요의 주요 시장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김치처럼 모든 식사시간에 절인 올리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본 메뉴가 나오기 전에 절인 올리브 열매가 나온다. 리필도 계속해준다. 이게 짜지 않고 염도가 적당해 계속 입에 들어간다.


양고기 꼬치와 스테이크가 나왔다. 스테이크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굽기와 맛이 수준급이다. 양고기 요리를 못하는 집은 그 특유의 꼬릿 한 냄새가 나는데 양고기 수요가 높은 국가답게 어디를 가든 양고기의 잡내는 느끼기 어렵다.

이렇게 먹고도 $20이 조금 넘은 가격으로 포식을 하였으니 내가 음식값을 덜 냈나 하는 허전하고 묘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모로코는 북쪽과 서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 해산물 요리도 풍부한 편이다. 이곳에서는 부담 없는 가격에 새우, 오징어, 생선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모로코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 중 가장 많이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홉스라는 호밀빵이다. 다소 질기고 뻑뻑한 느낌이 들지만 모로코식 국물요리에 찍어 먹거나 손으로 잘게 찢어서 다른 요리를 먹을 때 함께 먹는다. 우리의 쌀밥 문화처럼 밥 한술 뜨고 반찬 하나씩 집어 먹듯이 이들의 빵은 우리의 쌀밥 역할을 하며 어느 요리에든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식당에서 식사할 때 빵은 무제한으로 제공될 정도로 언제나 넘쳐난다. 지난 Anassi도시 여행에서 길거리에 무수히 많은 빵을 말려 동물들의 사료로 사용하듯이 먹다 남는 빵의 양도 엄청나다.





모로코 스타일의 샐러드.


그 밖의 다양한 모로코 요리들이 있다.

모로코는 북쪽 바다 건너 유럽과 마주 보고 있어 여러 가지 문명이 지나쳐 흘러가는 지역이었고 스페인에서 이주한 아랍계 민족들이 정착하면서 모로코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것은 또한 곧바로 음식으로도 이어져 수많은 민족의 문화가 모로코 음식에 오래 세월 가운데 녹아있고 섞여있다.

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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