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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k Jan 03. 2023

동네산책 12

일요일이다. 이곳도 나름 일요일이라 시장들도 늦게 문을 열고 군데군데 문을 닫고 쉬는 곳도 보인다. 지난 3일을 연속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 오늘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기보단 가볍게 동네 산책하기로 한다. 그리고 호텔방에서 지난 며칠간의 여행여정도 정리하고 다시 떠나게 될 여행 계획도 세우고 땀에 쩔은 옷들도 세탁하기로 한다. 마침 방에 마실물도 떨어져 물과 간식거리를 사러 나간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걸어서 15분 근처에 제법 큰 슈퍼마켓 체인점이 있다. 천천히 걸어가며 일요일 아침 거리를 걸어본다. 확실히 평일보다는 한가한 길거리다.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한 봉지 가득 사서 돌아오는 길에 느지막이 가게를 여는 상점들이 보인다. 

새로운 동네를 가면 항상 벽에 붙어있는 스티커, 포스터, 간판사인, 누군가 그려놓은 낙서 등에 관심이 많다. 길거리의 낙서들과 각종벽보, 포스터 등은 그곳의 분위기와 문화와 지나온 시간들을 말해주기도 한다.


호텔건물에 붙어있는 이정표. 매일 아침 이 사인을 지나자마자 모퉁이를 돌아 나가곤 한다.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트램전철을 타러 갈 때도 이 사인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나간다.



이슬람언어는 언어라기보다는 붓으로 그린 그림 같다. 여전히 읽기 어려운 이슬람.


모로코도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로 길고 힘든 싸움을 한 흔적들이 보인다. 모로코는 지금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지만 마스크착용 문구와 Covic-19과 관련된 오래된 포스터와 문구들을 보니 방역을 위해 사람들의 행동과 출입이 제한되었을 한산한 거리 모습이 연상된다. 매일매일 문을 여는 가게들과 사람들로 가득 붐비는 거리를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세상이 감사할 뿐이다. 내가 공항을 통과해 비행기를 타고 이 먼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던 일도 코로나로 고통받던 몇 년 전에는 꿈 도 못 꾸었을 일들이다. 일요일 오후가 되니 길거리에 서서히 사람들로 붐빈다.


숙소에서 몇 블록 밑에 아이스크림 집이 하나 있다. 날도 덥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호텔에 들어가자.

아이스크림 집에 일하는 젊은이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참 행복하게 일을 한다. 샘플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떠 준다. 안 사 먹을 수 없는 친절과 서비스... 어린아이 입맛 소유자인 내가 좋아하는 딸기와 복숭아맛 아이스크림 한 컵을 들고 호텔로 향한다. 


내일은 고속열차를 타고 다시 먼 길을 떠난다.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나른한 일요일 오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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