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불나방 투자'의 기록

결정적 실수 직전 매번 나를 막아세운 부동산 멘토들

by 빅토르

검단 청약 당첨으로 발판 하나는 마련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남은 돈으로 빨리 자산을 불려야 한다는 조급증이 고개를 들었다.
'22년까지 계속된 FOMO의 파도는 나를 불나방처럼 흔들어 깨웠다.
당시 뒤늦게 뛰어든 이들이 '23년 초 금리 폭등기에 고스란히 물려 고통받을 때,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실행' 직전에 멈춰 섰다.
그때 가슴 졸이며 고민했던 아찔한 순간들은 지금 돌이켜보니 모두 나의 뼈와 살이 된 '쓴 약'이었다.

□ Case 1) GTX-B 호재, 인천시청역의 '썩파트'

당시 부동산 판의 절대 신앙은 GTX였다. A노선도 개통 전이었지만, 내 관심은 이미 B와 C 노선도를 훑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인천시청역 인근. 더블 역세권에 GTX까지 들어오면 '트리플 역세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역에서 도보 10분, 30년 넘은 5층짜리 나홀로 아파트가 단돈 1억 초중반대였다.
'심봤다! 역시 공부하니 이런 진주가 보이는구나.'
설레는 맘으로 아내와 함께 현지 부동산을 찾았다. 60대 소장님은 본인의 실패담을 섞어가며 동네 브리핑을 늘어놨고,
중간중간 아는 체하는 나를 타박하기도 했다.
기대를 안고 들어선 집안은 충격적이었다. 대낮임에도 동굴처럼 컴컴했고,
인기척에도 불을 켜지 않던 노부부의 모습에서 '설렘'은 순식간에 '서늘함'으로 바뀌었다.
집을 보고 나온 뒤, 다시는 소장님께 연락하지 않았다.

[배운 것]

- '저평가'와 '저가치'는 엄연히 다르다.
- 흙 속의 진주는 없다.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 5층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재건축이 되는 것은 아니다.
- 교통 호재는 최소한 '삽 뜬 곳'만 믿자.

□ Case 2) KTX 호재, 포항의 마피 분양권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지방 분양권 투자'의 세계로 안내했다.
목소리를 변조한 채 대기업 직장인의 경제적 자유를 역설하던 한 유튜버에게 매료됐다.
그가 추천한 곳은 포항 이인지구. 2억 초반이라는 가격이 너무나 달콤했다.
전화 상으로 대번 드러나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부동산 소장님은 '서울 투자자'라는 내 말에 흥분하며 당장 계약금 10%를 쏘라고 종용했다.
당장이라도 입금할 기세였던 내게 브레이크를 걸어준 건 부동산 지인이었다.
"잘 모르는 지방 투자는 나중에 반드시 물린다"는 뼈아픈 조언이었다.
그날의 멈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3년 반이 지난 2026년 현재까지도 그곳은 여전히 미분양의 늪에 빠져 있다.

[배운 것]

- 잘 모르는 지방 투자는 손대지 말자.
- 지방의 교통 호재는 수도권의 그것과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 공인중개사는 결국 '영업자'다. 그들의 확신을 전적으로 믿지 마라.
- 계약금을 쏘기 전, 반드시 객관적인 멘토의 검증을 거쳐라.

□ Case 3) 성산동 모아타운 선정지 빌라

지방은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서울로 눈을 돌렸다.
자금의 한계로 선택한 건 당시 핫했던 '모아타운'. 마포구 성산동의 선정지 빌라가 예산 범위인 3억대에 들어왔다.
이번엔 '마포'라는 브랜드에 안심하며 아내와 현장을 찾았다. 깔끔한 집 상태와 입지에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얼마 전 마포 임장 크루 리더였던 28년 경력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내 고민을 주제로 유튜브 영상까지 찍어 답해줬다. 결론은 "모아타운을 조심하라"였다.
재개발은 언론 보도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 자각이었다.

[배운 것]

- 서울이라도 빌라는 결국 열위 상품이다. 재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빌라는 그냥 빌라일 뿐이다.
- 모아타운의 장밋빛 미래와 실제 성공 사례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 고민의 순간, 나를 멈춰 세워줄 멘토를 곁에 두는 것은 자산 그 이상이다.

□ Case 4) 영등포구 양평동 단독주택

마지막은 대지 20평짜리 단독주택이었다.
"곧 구역 지정이 될 것"이라는 소장님의 감언이설에 또다시 혹했다.
영등포 땅 20평을 5억에 가질 기회라니.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2층 집은 음침했고, 세입자들의 찌든 표정은 마음 한구석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6편 글에 소개했던 부동산 스승님까지 초빙해 검증을 받았지만, 그는 "땅값은 하지만 엑시트 전략 없이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등기까지 확인하고 계약금을 쏘려던 찰나, 집주인이 계좌 번호를 주지 않고 밀당을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찜찜한 물건을 사야 하나?'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배운 것]

- 빌라나 단독주택 투자는 반드시 실거주 아파트를 마련한 뒤에 고민해라.
- 세상에 나만 아는 보물은 절대 없다.

2026년 현재, 내가 기웃거렸던 네 곳의 물건들은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다.
매 순간 조급함에 가슴이 뛰었지만, 그때마다 나를 말려준 이들이 있었기에 치명적인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시행착오와 쓰라린 고민들은 지금 내가 '강남 아파트'라는 단단한 등기를 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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