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답장이 올까? 2025.07.04.Fri.

퇴근길에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보냈다

by Hyoya




안녕하세요.


저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시공사에 근무하던 중, 회사가 중대재해를 겪었습니다.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가치관이 흔들리고, 급변하는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한 번 벌어진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고,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직한 곳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서 낯설고 어색합니다.

계속 이 일을 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원래의 일로 돌아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답일까요?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자니 트라우마가 평생 따라다닐 것 같고,

지금 하는 일은 그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만족도가 너무 낮습니다.


가족들은 이제 스트레스가 많던 원래의 일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한 삶을 살라고 하지만,

지금의 저는 마치 가출한 청소년처럼 내 일 같지 않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워커홀릭처럼 십여 년을 바쁘게 살아온 제가 갑자기 느슨한 삶을 살자니 버거움과 무력감이 큽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혼란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혼란스러운 전환기인지조차 판단이 되지 않아 내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집니다.


지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저의 인생의 탑이 무너진 듯한 감각 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떠내려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아직도 저는 작년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걸까요?


지금 하는 일에서도, “왜 원래 하던 일을 안 하고 여기 왔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자꾸 듣다 보니 그 말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물론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직한 일은 업무 강도와 급여 면에서 원래의 일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선택이라면, 아마 지금의 일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다고 저의 과거를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견디는 것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가끔은 아예 원래의 일과 완전히 무관한 분야로 이직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후회도 듭니다.

과거를 물어오는 순간마다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혹시나 너무 멀리 떠나면 다시는 원래의 일로 돌아갈 수 없을까 하는 불안함이 커서,

그래도 관련 분야로 이직했던 것인데, 그 판단이 너무 섣부른 건 아니었는지 고민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저는 진퇴양난 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원래 하던 일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점점 괜찮아질 수 있겠죠? ^^

온기우편함을 통해 따뜻한 조언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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