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온라인으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재택 근무도 늘어났다. 일하는 부모가 화상 회의를 할 때 그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는 건 예삿일이 되었다. 더불어 외식도 힘든 시절이 되었다. 마스크를 벗으면 바이러스에 노출되므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배달이 엄청 늘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비닐들은 음식물이 묻은 채 버려지기도 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카페 종이컵들도 마찬가지다.
자가 격리, 자발적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밖에서 일상을 처리하는 일이 힘들어지면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자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은 또 뭘 먹지?”
이랬던 고민이,
“다음 끼니엔 뭘 먹지?”
이렇게 바뀌었다.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경우에는 간식까지 신경써야 한다.
학교 급식이나 회사 동료들과 점심으로 해결하면 집에서 먹는 반찬이 비슷해도 상관없지만,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반찬 투정을 안 하던 사람들도 입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밥상을 차려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괴로운 문제다. 애들 방학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던 엄마들 입장에서는 이 망할 방학이 1년 내내 있는 것과 같다. 아니다, 차라리 방학이 낫다. 방학이면 친척 집에 보내거나 애들이랑 어울려 놀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것도 안 된다. 다들 꼼짝 마! 아이들 보호자 입장에서는 정말 맙소사, 앓는 소리가 나온다. 이럴 때는 각자 먹고 싶은 것들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장보기의 원칙을 바꾸었다.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안 하는 나는 반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말에 장을 본다. 그때 보는 장은 주로 부피가 크거나 무겁거나 양이 많은 것들이다. 휴지, 생선, 고기, 소스, 세제, 쌀, 달걀 등을 산다. 장을 보고 돌아오면 정리를 잘 해야 한다.
휴지 등 냉장고에 넣지 않는 생필품들은 제자리에 잘 둔다. 휴지가 떨어지면 어디에서 꺼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는 장소에 두어야 한다.
생선은 한 마리씩, 혹은 한 번에 먹을 분량씩 나눈다. 얇은 소창 혹은 종이 호일로 감싼 뒤 통에 넣는다.
고기도 한 번 쓸 양만큼 나눈다. 김치찌개에 돼지고기 목살을 넣는다면, 이때도 종이 호일로 하나씩 구분한다. 완전히 다 싸지 않고 접시처럼 바닥과 옆을 살짝 구분할 정도만 싸면 된다. 그러면 냉동실에서 꺼내 5분만 바깥에 두면 잘 떨어진다.
소시지는 미리 칼집을 넣는다. 이 또한 한 곳에 모아 통에 넣는다.
대파도 통에 들어갈 길이만큼 자른다. 대파 한 단을 다 먹기 힘들다면, 반 정도는 대파 김치를 담고 나머지는 통에 넣는다.
이렇게 장보기한 재료들을 정리한 다음, 이들이 들어 있는 통에 견출지를 붙인다. 한쪽만 붙이지 말고, 이 통이 어느 위치에서 보일지 가늠하면 더 좋다. 견출지가 눈에 잘 보일 수 있게 붙이는데 병에 든 음식은 위와 옆, 두 군데 다 붙인다. 그리고 언제 이 재료를 샀는지, 혹은 만들었는지도 따로 날짜를 써서 붙인다.
음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우리 가족들이 장아찌를 좋아해서 병에 자주 담는다. 특히 통마늘장아찌를 좋아한다. 내가 만든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들도 냉장고에 들어있는데, 이때도 견출지를 붙인다. 누가 언제 준 것인지 딱 붙인다.
처음 붙이는 게 번거로워서 그렇지 다 붙이고 나면 냉장고에 든 음식과 재료가 더 선명하게 들어온다. 재고 정리가 더 쉬워져서 장보러 갈 때 뭘 사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쉽다.
사실 냉동실에 그냥 두면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잖은가. 나 또한 꽝꽝 언 음식들을 한참 보다가, 이게 뭐였는지 기억하느라 애먹기도 했으니까.
견출지가 없다면 각종 스티커나 스티커처럼 나오는 영수증(주로 온라인 서점 등에서 나오는 것들)을 잘라서 써도 좋다.
그게 뭐든,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보여야 한다.
그러면 가족들과 함께 상의할 수 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동지로서, 이런저런 재료가 있으니 뭘 먹을 수 있다, 뭘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해보자.
“냉장고에 소시지랑 신김치 있으니까, 부대찌개 먹고 싶어.”
둘째가 이렇게 말하면, 나는 소시지와 신김치를 꺼내달라고 한다. 그러면 그 다음 대화가 이렇게 이어진다.
“오늘 다 털어먹고, 소시지 또 사야 해요.”
“양파는?”
“두 개 남았는데.”
처음 견출지를 붙이는 작업을 가족들과 함께 해도 좋다. 그러고 나면 다음 끼니에 뭘 먹을지 가늠하기 쉬워진다. 가족들이 같이 끼니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끼니를 만드는 의미를 알 것이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