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대마저도

by 김하은

아홉 살 무렵 앞집에 제주도에서 이사온 분들이 살았다. 그분들이 어느날 밤에 제사를 지냈다며 바나나를 반 송이 주셨다. 당시에 바나나는 귀한 음식이었고, 가운데 씨가 자잘하게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제사 음식으로 바나나를 올리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렇게 귀한 음식을 이웃이라고 나눠준다니 앞집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 무렵 열대 과일인 바나나를 제주도에서 온실 재배한다고 하여 관광객들이 구경하러 가고, 국내산 바나나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수입산 바나나들이 더 싼 가격으로 들어오면서 국내산 바나나는 경쟁력을 잃었다.


요즘은 흔하고 싼 과일이지만 내가 어릴 때는 감기 몸살이 아주 심했을 때 바나나 한 개를 통째로 먹고 싶다고 소원으로 말할 정도였다. 그럴 때나 바나나와 황도 캔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목이 붓도록 아프길 바랐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식재료들과 과일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한다면 더 손쉽다.

이렇게 우리 식탁을 차지한 재료 가운데 브로콜리가 있다. 브로콜리는 초록색 꽃눈을 먹는 양배추의 한 종류다. 그런데 브로콜리를 사면 아래쪽에 붙은 대가 꽃눈보다 더 길다. 대부분은 이 대를 먹지 않고 꽃눈만 쓴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꽃눈을 넣은 다음, 살짝 데쳐서 건진 다음 찬물에 헹군다. 이것을 샐러드에 넣거나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혹은 깨끗하게 씻은 뒤 볶음 요리에 쓴다. 파스타에 넣는 경우가 그렇다. 또 다른 경우로는 잘게 다져서 크림 수프에 뿌리기도 한다.


그런데 꽃눈보다 더 길고 단단한 대가 남는다. 대부분 이 대를 버리는데, 얇게 잘라서 볶음 요리에 쓰면 아삭한 식감이 꽤 매력적이다.

브로콜리 대.jpg


얇게 편으로 썰고, 썬 양파, 비슷하게 자른 새송이 버섯을 볶으면 씹는 맛이 좋다. 이때 브로콜리 대는 단단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볶는데, 소금을 살짝 넣으면 색이 더 선명해진다. 간장 양념을 하거나 굴소스를 활용해서 볶을 수 있다.

새송이버섯 볶음.jpg

가늘게 채를 썰어서 볶은 다음, 잡채에 넣으면 좋다.


대를 살짝 삶아서 먹어도 좋다.


브로콜리 대마저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든다. 그리고 대를 먹는 즐거움도 늘어난다. 어떤 요리에 브로콜리 대를 쓸 것인가 고민하면 좋겠다. 더 이상 버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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