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음식이다.
삶은 무엇인가? 나는 이런 질문을 가끔 던진다.
사는 게 뭔지, 이게 사는 건지,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더 나은 삶은 없느냐고 누군가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오래 기다려도 답이 없을 때는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질문도 내가, 답도 내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는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내 질문에 큰애는 이렇게 답했다.
“삶은, 달걀이잖아.”
“뭐? 나 진지하다고.”
“그래, 그러니까 진지하게 삶은 달걀. 물은 셀프. 몰라?”
아, 그랬다. 삶은 달걀이고 물은 셀프.
그 말처럼 삶은 달걀처럼 액체였다가 고체였다가 생명으로 변할 수 있는 다양함을 품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건들을 겪는다. 때로는 좌절하고, 가끔 극복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벽을 잡고 기어오른다. 그 수많은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덧붙여서 지금까지 먹은 음식들 또한 나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기름이 귀했기 때문에 튀기거나 볶는 음식들은 드물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주로 찌거나 조리고, 기름 없이 석쇠를 이용해 굽는 방식을 택했다. 육류는 어쩌다가, 가끔, 잔치상이나 차례상, 초상집에서 먹을 수 있었다. 그때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음식을 나눠먹기 위해서 국에 넣어 먹었다. 육개장이나 쇠고기 미역국처럼, 물에 빠진 고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혼자서 고기를 오롯이 먹거나 끼니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맛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 때문에 사료들도 거친 맛 대신 부드러운 맛으로 육질이 변하도록 바뀌고 있다.
부드럽고 바삭하고 고소하면서 단 맛을 좋아하는 기호에 따라 조림보다 튀김 음식이 더 많아졌다. 또한 패스트푸드들도 늘어났다.
중학교 때 동네에 햄버거 가게가 생겼는데, 먹어보고 싶어서 용돈을 꽤 모아야 했다. 처음 먹어본 햄버거는 고기와 빵이 몇 번 씹지 않아도 사르르 녹았고, 짭짤한 감자튀김에는 자꾸 손이 갔고, 달콤하고 시원한 콜라는 마실수록 좋았다. 또, 교생 실습을 나온 선생님이 서울에는 서른 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했는데, 그런 거짓말이 어딨냐며 믿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피자는 스물 세 살 때 처음 먹었다. 그러니까 나는 패스트푸드를 청소년기부터 먹기 시작했고,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먹었다.
어릴 때는 자주 먹지 않았던 기름들이 몸에 축적된 결과는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시기로 접어들어서 급격하게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먹는 양이 늘어나면 몸에 쌓이는 것도 늘어난다. 얼핏 보면 마른 몸인데 고지혈증 진단을 받는다든지, 담배를 안 피우는데 폐 질환이 생긴다든지, 갑자기 마비가 온다든지 등등의 질병들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점점 늘어난다.
나 또한 건강 검진에서 고지혈증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서는 운동을 시작했다. 1년째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데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경우였다. 이 사람들의 특징이 기름, 부드러운 밀가루(정제 밀가루), 설탕 등을 자주 먹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단 음식을 찾았고, 기분이 우울할 때도 단 음식에 손을 뻗었다. 당분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서 기분은 좋아지게 할 수 있지만 내 몸이 망가지게 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은 식탁에서 밀가루와 기름, 설탕을 줄이고, 되도록 거칠고 달지 않은 음식들로 꾸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몇 배로 손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든다. 그래도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아이들의 아토피가 심해서 밀가루를 끊어야 했을 때, 아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했던 음식은 피자였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던 것이 가래떡 피자였다. 물에 담가서 불린 가래떡을 기름을 얇게 두른 프라이팬에 깔고, 그 위로 물에 갠 찹쌀가루를 뿌린다. 그런 다음 얇게 썬 채소들을 올리고, 그 위에 소스를 바른다. 이때 바르는 소스는 고추장과 꿀을 섞어서 쓰거나 쌈장과 다진 양파를 섞거나 혹은 시판되는 스파게티 소스나 돈까스 소스 등 여러 가지 중에 선택해서 입맛대로 쓰면 된다. 그 위에 피자 치즈를 얹고, 뚜껑을 덮어서 약한 불에서 익혔다.
이 피자는 밀가루를 뺀 다른 재료들은 피자를 만들 때와 같아서, 밀가루를 끊어야 할 때 유용했다.
아무 음식이나 다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뇨가 심한 내 친구는 과일을 깎아서 가족들은 먹이지만 자신은 안 먹는다. 통풍이 있는 내 후배는 남들이 맥주를 마실 때 소주로 입술만 축인다. 어떤 사람들은 단 음식을 먹으면 마비가 오고, 어떤 이들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장에 탈이 난다.
그러니 삶은, 달걀처럼 변화무쌍한 게 맞다.
그리고 어떤 음식을 먹느냐,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먹을 수 있지만 갑자기 싫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어떤 음식을 먹든, 그 선택에 따라 몸도 달라진다.
당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먹긴 좋겠지만 몸이 고생하지 않으려면 통밀과 잡곡처럼 거칠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들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