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책 작가로 살아가기

by 김하은

예전에는 아동문학 작가라고 불렸고, 동화작가라는 명칭도 있었다. 또 어린이문학 작가라는 호칭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청소년문학이 들어오면서 이 직업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혼선이 생겼다.


나는 어린이책에 글을 쓰는 글작가다. 또한 청소년소설도 쓴다. 그러니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보는 책에 글을 쓰는 작가다. 엄밀하게는 어린이부터, 청소년부터 읽을 수 있는 책에 글을 쓴다. 어린이책은 글씨가 크고 자간과 줄간격이 넓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글씨 크기가 줄어들고 자간과 줄간격도 좁아지지만, 그래도 성인들이 주로 읽는 소설에 비하면 여전히 글씨가 크고 자간과 줄간격이 넓다. 그래서 노안이 온 사람들에게도 딱 읽기 좋은 책이다.


‘작가’라고 나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소설을 쓰느냐고 물었다.

“어린이책에 글을 써요.”

“아, 그럼 그림도 그려요?”

“아뇨, 글만 써요.”

“그거야 뭐, 쉽게 쓰는 거 아닌가요?”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면 나는 쉽게 넘어가지 않고 발끈해서 대들었다. 조곤조곤 따졌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는 건 아니랍니다. 글쓰는 사람은 어른이고, 어린이 입장에서 써야 하기 때문에 몇 배로 더 어려워요. 나 자신을 낮춰야 하고, 겸손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문학성을 잃지 않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듣는 사람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사랑한다. (청소년책이라는 명칭도 청소녀가 고려되지 않았으니 바꾸는 게 어떨까 하는 고민을 늘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쉽게 생각한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말을 유치하게 바꾸고, 대상을 낮추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설의 경향이 달라지고 바뀌었듯이, 어린이문학과 청소년문학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릴 때 읽은 ‘빨간머리 앤’과 ‘십오 소년 표류기’에서 어린이책 읽기가 끝났다면, 그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청소년책들이 그럴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면, 엄청나게 착각한 것이다.

“요즘 책들은 안 그래요. 얼마나 다양하고 좋은 책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조용히 항의하면,

“안 읽어봐서 잘 몰라요.”

라고 대답하고는 다른 주제로 돌린다.

그러면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한다.

“안 읽어보셨으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적어도 두 권 이상은 보셔야죠.”

그 말도 얼마나 꾹꾹 눌러서 꺼내는 것인지, 상대방은 모를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읽은 책들의 제목을 쓰기 시작했다. 잡지를 제외한 이 목록이 3700권을 달려가고 있는 동안 수많은 책들이 나를 가르쳤다. 헤맬 때마다 책은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게 글쓰기는 새로운 도전이다.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데,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은 감퇴되고, 지구력도 떨어진다. 그럴 때 나를 일깨우는 한 마디는 “나는 작가다!” 이 문장이다.

어떤 글을 쓰는 작가로 남고 싶은지, 내게 글은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한다. 쓰레기 같은 초고를 겨우 끝내고 나면 한 부 인쇄를 하고, 초고 파일을 지운다. 있는 상태에서 덧붙이고 수정하는 방식보다 내겐 더 익숙한 방법이다. 원고지에 썼다 지우듯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원고를 고치기 때문에 초고보다 재고 구성이 달라지거나 인물이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글 전체가 더 탄탄해진다.


“초고를 쓴 게 있는데 한 번 보실래요?”

대부분 이렇게 말하면서, 출판사에 투고한다. 그러면 출판사에서 이러저러한 장점이 있는데, 약간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조언해온다.

“수정할 시간을 주시면 바꿔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수정에 온 힘을 다한다. 보통을 한 달 정도 시간을 들여서 수정을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원고가 더 쫀쫀하고 탄력 있게 바뀐다. 그러니까 나는 수정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이렇게 수정을 마친 원고가 다시 출판사로 넘어가면, 느긋하게 맥주를 한 잔 하거나 대청소를 할 때도 있다. 집안에서 내가 청소를 담당하는 게 아니어서, 내가 청소를 한다는 건 정말 간만에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빗자루.jpg

혹은 반찬을 만든다. 장아찌를 담거나 김치를 만들거나 밑반찬을 만든다. 봄이나 가을이면 부각을 만들고, 겨울이면 팥죽을 끓인다. 이 모든 큰일이 원고가 끝났을 때 일어난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아이들과 눈길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건 나를 한없이 비워야 하고, 동시에 내 중심을 가져가야 한다. 아이들도 알기 쉽게 모든 표현을 손봐야 하고, 내가 만든 세계가 낯설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