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구가 불타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 듯, 한밤에도 온도는 34~5도를 웃돈다. 낮동안 달궈진 방바닥은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른다. 매일 이런 밤이 계속되니 이젠 어떤 상황이든 눈을 감으면 푹 잠드는 사람들이 부럽다.
더위를 이길 음식들이 꽤 많지만, 그 음식들을 만드려고 불을 써서 부엌의 온도를 높이기엔 꺼려진다. 입맛이 없어서 강된장찌개를 끓이는 순간, 훅 높아진 부엌 온도 때문에 당황할 정도로 요즘 더위는 무자비하다.
냉동실에 얼음을 매일 얼린다. 얼음틀에서 얼음을 빼내면, 지퍼백에 넣고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다시 얼음틀에 물을 부어 얼린다. 오며가며 얼음을 입에 넣고 잠깐의 더위를 식힌다. 밥상을 차리는 동안에도 얼음을 입에 문다. 금새 녹아도 잠깐 더위를 쫓을 수는 있다. 특히 마스크를 쓰기 직전에 얼음을 하나 입에 물면 쓰자마자 느껴지는 답답함이 조금 줄어든다.
수박 한 통을 사서 이렇게 빨리 없어지는 여름은 처음이다. 보통 중 자 크기를 사면 일주일은 먹었는데, 요즘은 사나흘이면 끝이다. 아마도 시원한 맛에 끌리기 때문이 아닐까.
이럴 때 시원한 음료수를 찾게 마련이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여름마다 먹는 음료수들이 있다.
첫 번째는 매실차다. 배탈이 나거나 배앓이를 할 때 먹는 매실청을 물에 희석해서 타 놓으면 오며가며 한잔씩 마신다.
두 번째는 모히또를 응용한 음료수다. 모히또를 정석대로 만들면 라임을 썰어넣고 민트류의 잎을 짓이겨 넣고 알코올을 넣는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이 있으므로, 알코올을 빼고, 없는 라임 대신 집에 있는 유자청을 활용한다. 작년에 키웠던 페퍼민트 잎을 우려내고, 여기에 유자청이나 레몬청을 넣는다. 그런 다음 물을 부어서 식히고는 시원하게 마신다.
세 번째 음료수는 우리 가족들이 여름에 가장 사랑하는 음료수인 수국차다.
수국차는 수국의 잎을 우려내어 만든다. 생협에서 구입해서 쓰는데, 온라인 몰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수국차’ 혹은 ‘이슬차’로 검색 가능하다.
수국잎을 물에 우리면 단맛이 나오는데, 이 단맛은 설탕이나 꿀과 다른 청량함이 특징이다. 찻잎에서 나오는 단맛이기 때문에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게다가 카페인이 없어서 아이들도 마음놓고 마실 수 있다.
나는 유리병에 수국잎을 넣는다. 그런 다음 물을 팔팔 끓이고 한김 빠지게 한 다음, 그 물을 유리병에 부어 수국잎을 우려낸다. 맑은 물이 노르스름한 빛깔을 띄면 식혔다가 나머지 공간에 찬물을 부어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한 병을 다 마신 다음, 두 번째는 잎을 두고 찬물을 부어 재탕한다.
수국차 한 잔을 차갑게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철 음료수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차다.
이십 일 정도 버티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무사히 잘 견뎌야지. 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