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터에서 잠시 멈춰 쓰는글

by 박신영

오늘은 어르신 이야기가 아니라,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입소 어르신과 보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요양원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영양사, 조리원, 시설관리원까지… 그중 나는 간호조무사로서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상대하는 편이다.

어르신들은 성격도 다르고, 건강 상태도 각기 다르다. 노쇠하고 몸이 약하신 분들이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참 많다. 반대로 마음이 가는 어르신이 응급상황을 맞거나 마지막 순간을 보내실 때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주위 선생님들은 “아직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요”라고 하지만, 나는 원래 기질이 그런 사람인지… 이 일을 계속하는 내내 아마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잘 가지 않는 어르신도 있다. 다행히 극소수이지만.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의 폭언이나 난폭함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인지가 있는 분들이 억지를 부리고 욕을 하거나, 사람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할 때는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화가 나고, 회의가 오고… 아마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거 같다.

보호자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특히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 아주 민감한 분들이 있다.

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진료가 필요해 보호자에게 연락을 드리면,
“감기인가요?”
“에어컨을 너무 세게 튼 거 아니에요?”
“보내 드린 건 잘 보살펴 달라고 보낸 건데 자꾸 아프면 안 되잖아요.”

이런 말들을 하신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독감 유행 때는 열도 나고 두통도 있다. 그런데 평균 연령 87세 이상인 분들이 아무리 누가 붙어 있다고 해도, 어찌 아픈 일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한다.
“검사도 하나요? 얼마 전에 피검사 다 했잖아요. 요즘 세도 잘 안 나가고 있는데…”

이럴 때면, 나는 성격상 길게 설득하지 않는다.
“그럼 병원은 보류할까요?”
조용히 이렇게 묻는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데 신분증이 없어 보호자에게 요청하면,
“바쁜데 갈 시간이 없는데… 자꾸 병원 가야 합니까?”
이런 말을 한다.

쓸데없는 소리엔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그럼 퀵으로 보내주세요.”
그러면 “퀵비 나오잖아요!”라고 한다.

그럴 땐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럼 가져다주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긴 병에 효자를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이라는 걸 해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분들이 많은 건 아니다. 오히려 다행히 극소수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을 겪으면 그날은 기분이 많이 상한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말로…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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