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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장수지옥으로 출근한다.

프롤로그

by 박신영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치매를 앓고 있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그들 중 ‘정신이 온전한 사람’은 드물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예 누운 채로 지내는 와상 어르신도 많다.

기저귀를 차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체위 변경을 해드려야 한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야 하고, 식사도 손으로 떠먹여 드려야 한다.

그분들 눈빛엔 공통된 마음이 있다.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은

죽어서야 그곳을 나갈 수 있다.


나는 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어르신의 남은 생을 지켜보는 이곳에서,

나는 생명이 아니라 “지속되는 고통”을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24시간 누워 눈만 꿈뻑꿈뻑 이는분,

팔과 다리 손가락이 경직돼 몸에 힘이 들어가 온몸이 땀인 분 , 코에 꽂은 경관식튜브를 빼는걸 막기위해 양손을 묶어 제재를 한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볼때마다 하시는 분…


우리는 의학이 발전했다고 말한다.

생명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고,

연명치료가 가능하다고,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축복일까?


“살리는 의학”은 넘쳐나는데,

“돌보는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이곳을

장수지옥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리고 이곳으로, 매일 출근한다.

내가 만났던 어르신들, 내가 느낀 감정,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닿게 될 그 길목에서의 이야기들을 이제 기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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