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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6

기후 변화에 대하여

by 블루머쉬룸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죠. 어떤 것들은 더 빨리 변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후죠. 지구는 점점 더 따뜻한 곳으로 변해가고 온도 변화의 영향으로 서리, 산불, 한파, 홍수 등 이상기온 현상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급격한 변화는 산업화 이후로 꾸준히 증가한 탄소배출량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즉,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라는 거죠.


자연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와인도 당연히 변하고 있어요.



첫 번째 변화는 와인 산지의 증가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에는 좋은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기 불가능하게 추웠던 지역들이 덜 추워졌죠. 대표적인 예는 잉글랜드 남부예요. 이제는 잉글랜드산 스파클링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심지어 유명 샴페인 기업 Taittinger는 잉글랜드의 포도밭에 투자를 했다고 하네요.

비단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도 이제 양조용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서 바이킹 와인을 맛보고 싶군요!


두 번째 변화는 포도 품종의 다양화입니다. 와인 생산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포도보다 달라진 기후에 더 잘 적응하는 품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요. 심지어 사용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정해놓은 Bordeaux에서 조차도 7가지의 새로운 품종의 사용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7가지 포도들 중에는 포트와인에 쓰이는 포르투갈의 touriga national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북부의 albariño가 포함돼 있어요.


세 번째 변화는 친환경적인 농법의 증가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의 증가는 사람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죠. 그래서 이제는 점차 더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포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유기농 방식의 핵심은 자연을 착취하지 않는 지속가능성에 있어요. 이에 따라 오가닉 와인과 네추럴 와인이 증가하고 있죠. 이 와인들에 대한 논쟁이나 호불호는 차치하고 와인음주가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위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류가 이를 극복하리라 믿어요. 인류는 8000년 전에 처음 와인을 만든 이래로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겪었지만 결국 문명을 지켜냈죠. 오늘날 우리가 와인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걸 보면 아직 문명이 붕괴되진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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