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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7

오렌지 와인에 대하여

by 블루머쉬룸

“오렌지로도 와인을 만드나요?”

이것은 제가 와인바 블루머쉬룸에서 손님들에게 오렌지 와인을 보여드릴 때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에요.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들지 않습니다. 포도로 만들어요. 오렌지 와인의 색이 진한 노란색을 띠기에 오렌지와 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에요.


어떻게 오렌지색을 가진 와인을 만들까요?

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와인 제조 과정 중 하나인 maceration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요. 이것은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쓰이는 기법인데요. 포도즙에 포도 껍질을 담가서 일정 시간 놓아두는 겁니다. 얼마나 오래 할지는 만들려는 와인 스타일과 생산자의 취향에 따라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왜 maceration을 하는 걸까요? 포도 껍질에 있는 붉은 색소와 탄닌 그리고 폴리페놀 등의 다양한 성분들을 추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Syrah 같이 껍질이 두꺼운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색이 짙고 Pinot noir 같이 과피가 얇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색이 옅어요.

오렌지 와인은 백포도 품종으로 maceration을 해서 만드는 와인이에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오렌지 와인을 Skin-contact wine이라고도 불러요.


오렌지 와인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레스토랑과 와인바의 메뉴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오렌지 와인이 근래에 새로 발명된 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와인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Georgia에서 이미 8000년 전에 오렌지 와인을 만들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후로 쭉 잊혔던 오렌지 와인을 재발견되고 유행하게 된 건 이탈리아의 한 와인 생산자 덕분입니다.


그의 이름은 Josko Gravner. 이탈리아 북동부의 Collio Goriziano 지역에서 괴짜 와인 메이커로 통하던 그는 1990년대에 오렌지 와인을 만들어 봅니다. 그의 와인은 당시에 약동하던 내추럴 와인 운동과 맞물려 참신함을 찾던 와인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모든 오렌지 와인이 내추럴 와인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물론 Josko Gravner의 와인은 내추럴 와인이었어요. 그것은 그가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첨가물을 배제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였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생산자에 따라서 컨벤셔널 오렌지 와인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포도 껍질에서 맛과 향이 우러나온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향미가 복합적이에요. 이런 향과 맛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 보다 약간 높은 온도로 마시는 것이 좋아요.


동남아 요리나 중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오렌지 와인들이 많으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페어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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