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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10

와인 추천에 관하여

by 블루머쉬룸

​ 제가 와인바를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요청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에요. 약사로 일할 때도 자주 영양제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곧잘 받으니까 저에게 그렇게 당황스러운 요청은 아니에요. 다만 손님이 가장 맛있게 마실 만한 와인을 추천드리기 위해 제가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당황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보틀샵이나 레스토랑에서 만족할 만한 와인 추천을 받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해요.

​ 우선 원하는 가격대를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와인 가격의 폭은 만 원 대부터 몇십만 원(극단적으로는 몇 백, 몇 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너무 넓기 때문이에요. 혹시라도 ‘내가 너무 싼 와인을 시키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리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어요.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와인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본인의 마음에 드는 향미를 가진 와인이 좋은 와인이죠. 따라서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겁니다.

만일 저렴한 와인을 주문한 손님을 무시하는 판매자가 있다면 그는 와인을 명품 가방이나 외제차 같은 과시품으로 생각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이 손님의 취향에 맞을 만한 좋은 와인을 추천해 주기는 힘들겠죠.


둘째, 와인 맛의 굵직한 특성들, 즉 산도, 바디감, 당도 등에 기반해 원하는 와인을 말하시는 게 좋아요. 신맛이 강한 와인이 괜찮은지, 탄닌이 묵직하게 입안을 조이는 느낌이 좋은지, 단 와인이 좋은지 드라이한 와인이 좋은지 등등을 명확하게 전달하시며 좋은 와인 추천을 받을 확률이 높아요. 와인의 맛은 결국 주관적이지만 제가 언급한 산도, 바디감, 당도 등은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거든요. 따라서 맛있게 마신 와인이 있다면 그 와인의 산도, 바디감, 당도 등을 기록해 놓으시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셋째, 와인과 함께 먹을 음식을 말씀해 주시면 좋아요. 와인은 어떤 음식과 페어링 하느냐에 따라 맛이 꽤나 크게 다르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예를 들면, 생크림 케이크와 드라이한 레드 와인은 맛이 너무나 상충됩니다. 단 음식과는 스위트한 와인이 잘 어울리지요. 특히 레스토랑의 경우 요리를 먼저 고른 뒤 그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면 아마 요리와 궁합이 아주 좋은 와인을 소개받으실 거예요.


이렇게 이번 글에서는 와인 추천을 받는 팁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항상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와인들이 즐비하기에 본인에게 익숙지 않은 맛을 경험할 경우가 많을 텐데요. 그럴 때,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맛을 음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사상일지라도 그것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이가 바로 지식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낯선 향미일지라도 그것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것이 와인 애호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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