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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12

페어링에 관하여

by 블루머쉬룸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와인은 식사의 일부로 여겨져 왔는데요. 심지어 로마 군단병들에게 와인이 전투 식량의 일부로 지급됐을 정도예요.(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그래서인지 와인은 현재에도 식사와 함께 즐기는 술로 자리 잡고 있어요. 그렇기에 어떤 와인을 어떤 음식과 마시고 먹을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데요. 바로 이것이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입니다.

사실 글로벌 시대의 페어링은 너무나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에요. 과거에는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그 지역의 음식과 궁합이 가장 좋았어요. 예를 들면 과거 토스카나 사람들은 키안티 와인과 잘 어울리는 크로스티니를 당연히 먹고 마셨을 겁니다. ​그런데 세계화 덕분에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음식과 와인 선택지가 생겼어요. 팟타이 혹은 오꼬노미야끼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를 고민하게 된 거죠. 상황이 이러니 인터넷에 수많은 페어링 가이드가 올라와 있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닙니다. 심지어 어떤 가이드라인은 피자의 토핑 종류와 와인의 품종까지 세세히 맞춰 페어링을 제시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의 노력은 가상합니다만 너무나 세부적인 매뉴얼이 흔히 그렇듯이 오히려 실용성이 떨어지죠. 현실 생활에서는 가이드에 쓰여있는 모든 디테일에 맞춰 식사와 와인을 준비하기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에요.


결국 사람의 입맛이란 주관적인 것이라 페어링에 정답은 없어요. 이렇게 저렇게 여러 조합을 시도해 보며 본인만의 페어링을 찾아가야 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소소한 페어링 팁들을 알려드릴까 해요.


첫째, 비슷한 색의 음식과 와인은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요. 잘 알려져 있는 페어링인 흰 살 생선과 화이트 와인, 붉은 육류와 레드 와인이 여기서 나오는 거죠. 또한 연어와 Pinot noir같이 색이 옅은 레드 와인 잘 어울려요. 팟타이처럼 색이 짙은 노란색을 띠는 동남아 음식들은 오렌지 와인과 궁합이 좋아요.

둘째, 음식의 특정한 맛보다 와인의 맛이 강해야 좋아요. 무슨 말이냐면 음식의 신맛보다 와인의 산미가 강해야 해요. 그렇기에 달콤한 디저트와는 스위트한 와인이 좋은 페어링이 되는 것이죠.

셋째, 어떤 와인과 페어링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시는 것이 안전해요. 샴페인이나 까바는 웬만한 음식과 다 잘 어울리는 만능 와인이에요. 치킨이나 떡볶이와 함께 와인을 드시고 싶다면 드라이한 Pet-Nat을 추천드려요.





와인 페어링은 프랑스어로는 marriage라고 부르는데요. 결혼을 의미하는 바로 그 단어입니다.

톨스토이는 장편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에 ‘행복한 가정들은 대개 비숫하지만 불행한 가정들의 양상은 제각각이다.’라는 아주 유명한 구절을 썼는데요. 하지만 톨스토이가 살았던 19세기 유럽에 비하면 현재에는 결혼과 가정의 모습이 훨씬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딩크족, 동성 결혼 커플 가정 등등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제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도 제각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궁합이 잘 맞는 와인 페어링도 다양하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보며 본인만의 페어링을 발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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