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공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듬직한 입사 동기들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동기들은 회사 생활을 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 각박한 회색 건물 속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동기들과는 스케줄이 맞으면 종종 점심 식사를 하곤 하는데 대화 주제는 아주 다채롭다. 인턴과 사수의 스캔들, 상사에 대한 불만, 헤어진 남자친구 썰 등등. 동기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는 새로운 이슈로 대화가 끊이지 않고 우리는 동기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더 깊이 공감하고 더 크게 이해할 수 있는 사이이다.
엊그제 있었던 점심 식사의 주된 주제는 ‘재테크’였다. 이때의 대화는 나에게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주었고 재테크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평소에도 나의 씀씀이가 작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저금 수준은 한참 뒤쳐졌다. 물론 자취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동기들은 꽤 똑똑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볍게 시작했던 식사 자리가 삶의 무게를 다시 체감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자책했다. 필요 이상의 소비에 집착했던 내 과거를 반성했다. 그러다 이제라도 깨달은 내 자신을 칭찬하며 앞으로를 바꿔나가기로 다짐했다. 그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때지. 자기합리화일지 모르지만 자책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일단 현재 내 소비 습관과 패턴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가계부 어플을 쓰는 건 이미 습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단계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역시 나의 가장 큰 소비는 옷과 같은 물욕을 해소하기 위한 카테고리였다. 올해의 소비를 되돌아보니 옷을 사는데 정말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 비용만 줄여도 소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단순히 옷을 적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가치관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쉽진 않겠지만 이 부분은 차근차근 바꿔나갈 생각이다. 또한 혜택이라는 속임수에 지갑을 계속 열게 했던 신용카드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할부로 사야 되는 물건은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번에 재테크 공부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다. 야금 야금 할부의 달콤한 맛을 알아버린 나에게 체크카드 다이어트는 아주 적합한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는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이다. 돈을 많이 모으려면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주를 종종 하고 있지만 좀 더 전투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키우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이는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 같다. 이번 기회로 많이 알아보니 스마트스토어나 작은 사업으로 수입을 늘리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밀려와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아침에 재테크의 신이 될 순 없겠지만 사람은 언제나 ‘깨달음’을 통해 발전한다. 이번 큰 깨달음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주 좋은 연료가 될 것이다. 돈을 모으려면 내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더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해야 하고 더 많은 외주를 받으려면 내가 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하고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번 깨달음의 불씨가 활활 타올라 더 나은 내가 되길 기대하며 당장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