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효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30이라는 숫자에 가까워지며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생긴 노하우들이 있다. 일적으로든 대인관계에 있어서든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는 건 무엇을 하기에 앞서 남들은 먹지 못하는 좋은 보충제와 힘을 덜 들일 수 있는 약빨 좋은 영양제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하우는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점점 신뢰도가 높아지는데 나한테도 꽤 든든한 노하우가 하나 있다.
그건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거나 그 사람에게 무언가 얻고 싶은 게 있을 때에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심한 성격 탓에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상황을 피했었는데 질문이 가진 힘을 알게 된 후 소심 했던 성격도 점점 변화하며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에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꽤 학구열이 높은 학생이었기에 수업을 듣고 난 후나 혼자 공부를 할 때면 궁금한 것들이 생겼는데 그것을 해결하려면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서 질문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한 번은 용기를 내어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에게 수업에 관련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은 일이란 걸 깨닫고 이후에는 교실이든 교무실이든 질문이 생기면 찾아가서 질문을 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에게 나는 욕심 있고 열심히 하는 아이라는 긍정적인 낙인이 생겼고 돈독해진 선생과 제자 사이에 꽤 많은 덕(합법적인…예를 들면 질문에 대한 대답뿐 아니라 수업 내용을 다시 리마인드 해준다거나 생활기록부에 좋게 기재를 해주거나 하는)을 보았다. 내 기억으론 이 일을 계기로 낯가림과 소심한 성격이 많이 호전되었던 거 같다.
다음 일화는 어제 있었던 따끈따끈한 사건이다. 작년, 입사를 하고 최고 몸무게를 기록한 후 충격을 받아 다이어트를 목표로 회사 헬스장을 등록해 팀원들과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헬스장에는 상주하고 계신 트레이너 두 분이 계셨는데 꽤 친하게 지내는 다른 계열사 직원들이 있어 보였다. 나도 주 3회 이상 꽤 자주 나오는 회원인데도 왜 저분들 자세만 봐주시는 건가 하며 부러운 질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제 기구의 그랩을 교체하는 법을 몰라서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트레이너님께 질문을 했는데 너무 친절하게 그랩 교체하는 법부터 어느 부위에는 어떤 그랩이 좋은지까지 추천하며 자세까지 꼼꼼히 봐주셨다. 이후에 다른 운동을 할 때도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무료로 PT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회사 헬스장이라 그런지 각박한 개인주의 사회에 트레이너도 조심스러웠던 걸까? 먼저 다가가 그 벽을 깬 회원들이 트레이너에게 특별 코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질문이라는 건 참 많은 걸 상징한다. 누군가에게는 관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무장해제 시켜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친구의 첫걸음이다. 그게 무엇이든 정의는 사람마다 무한하지만 결론은 질문은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매개라는 것이다. 나의 시간과 경험을 통해 신뢰가 쌓인 이 노하우는 회사에서나 사적인 대인관계에서나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누군가가 먼저 질문을 해주면 무장해제되는 사람이구나!